요즘 모든 정부 부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비상이 걸려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외에도 또 다른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이달 초 전국국공립대교수노동조합이 고용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신고서 제출에 대한 행정조치를 해야 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률이 사라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2018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재는 “초·중등교원만 교원으로 인정해 대학 교원의 노조 설립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위헌”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헌재는 해당 조항의 효력을 2020년 3월 31일까지만 인정할 테니 그 기간 동안 국회는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후 국회에는 대학교수 노조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5건 발의됐다. 하지만 1년7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급기야 대체입법이 통과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달 말 교원노조법 2조의 ‘유효기간’이 지났다. 국회의 직무유기 속에 ‘입법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에 국공립대교수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달 초 고용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내놓으라는 요구였다.
고용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통상 설립신고증을 접수하면 3일 내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하지만 고용부는 3주 넘게 속만 끓이고 있다.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아 신고필증을 내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할 근거가 없으니 신고를 받아들일 수도 반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입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교수노조 합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헌재 결정이 기존 교원노조법의 단결권 침해를 지적하면서도 경과기간을 뒀던 것은 대체입법을 촉구한 것이지 교수노조의 단결권을 자동으로 인정하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교수 사회 내부에서도 국공립대교수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국난 상황에서 노조 설립 문제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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