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할 신약? 과대평가?…美증시 흔든 '렘데시비르 효과' 논란

입력 2020-04-24 17:34   수정 2020-04-25 00: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신약인가, 치료효과 없는 물약인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 약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삭제하면서다. 미국 뉴욕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렘데시비르 치료 효과를 기대하며 미국 증시가 환호한 지 1주일 만의 ‘반전’이다.

논란 키운 WHO

논란은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임상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초안이 WHO 홈페이지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원문은 바로 삭제됐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인용해 “렘데시비르가 중국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소식이 퍼지면서 주가는 요동쳤다. 23일(현지시간) 오전 강세를 보였던 다우지수는 고점(23,885.36)보다 370포인트 하락한 보합 수준(23,515.26)으로 장을 끝냈다. 오전에 강세로 출발하며 2844.90까지 올랐던 S&P500 지수도 전날보다 0.05% 하락한 2797.80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이날 오전 고점(8635.23)보다 140포인트 이상 빠진 8494.75로 마감했다. 길리어드 주가는 전날보다 4.34% 하락했다.

WHO가 올린 초안은 중국 내 중증 코로나19 환자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해 투약하지 않은 환자 79명과 비교한 임상 보고다. 중국에서 환자 등록 절차가 지연되면서 지난 15일 이 연구는 완전히 폐기됐다.

유출된 초안을 통해 WHO는 “렘데시비르 투여가 환자 증상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치료 28일째 사망률이 렘데시비르 투여군 13.9%, 대조군 12.8%로 차이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렘데시비르 투여군이 12%로, 대조군 5.1%보다 높았다.


길리어드는 즉각 반박

논란이 일자 길리어드는 적극 반박했다. 머다드 파시 최고의학책임자(CMO) 명의 성명을 내고 “해당 연구는 환자 등록이 부족해 일찍 종료됐다”며 “이 때문에 의미있는 결론을 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약을 평가하는 데이터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라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등록사이트에 따르면 렘데시비르의 중국 내 임상 3상 연구는 2건 모두 중단된 상태다. WHO가 초안을 유출한 해당 연구는 완전히 폐기됐다. 당초 453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모아 중국에서 연구할 계획이었지만 환자 모집이 237명에 그치면서다.

파시 CMO는 “이달 말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를 통해 렘데시비르 치료를 5일 하는 것이 나은지, 10일 하는 것이 나은지 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5월 말에는 경증과 중증 사이에 중간 정도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치료기간을 비교한 연구 결과도 발표한다. 다만 이들은 모두 렘데시비르 투약 사실을 알고 진행한 연구다.

정식 의약품 임상 연구에 해당하는 이중맹검 비교 대조군 연구결과는 다음달 말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NIH 산하 알레르기연구소(NIAID)가 해당 연구를 이끌고 있다.

방역당국 “임상데이터 지켜봐야”

렘데시비르 투여 결과가 유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6일 미국 의료전문지 스탯은 시카고대병원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 125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더니 환자가 6일 안에 퇴원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2명이었다. 이튿날 다우지수는 2.99%, S&P500 지수는 2.68% 뛰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이날 3.09% 상승했다.

지난 10일에는 세계적 학술지 NEJM에 미국·유럽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 53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결과가 실렸다. 36명은 증상이 개선됐고 7명은 사망했다. 권위있는 학술지에 실렸지만 대조군이 없어 약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연구결과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것이다. 세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국내 방역당국도 렘데시비르 연구결과에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이지현/이고운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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