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마켓+ㅣ 320억 쏟은 '더 킹', 어쩌다가...

입력 2020-04-26 08:35  


장대했던 기대감이 우려로 바뀌었다.

SBS 새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방송을 시작한지 이게 겨우 2주째. 하지만 '더 킹'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기대감은 방송 2회만에 우려로 바뀌었다. '더 킹'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 이후 다시 만난 백상훈 PD, 배우 이민호와 김고은 등 '더 킹'은 시작 전부터 방송가 안팎의 관심을 집중 시켰던 작품이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2개의 평행세계를 오가는 판타지 환경을 구현하기 위 회당 제작비는 20억 원~25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더 킹'이 16부작임을 고려하면 총 제작비 320억 원이 넘는 대작이다.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불가한 스케일이지만 이미 일찌감치 넷플릭스에 선 판매 돼 이미 제작비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송을 할 때마다 적자"라는 말을 듣는 드라마들이 늘어날 만큼 척박한 상황에서 '더 킹'은 광고를 넣고 싶어 브랜드들이 줄을 섰다고 소문났을 정도였다. 그런 '더 킹'이 '밉상'으로 찍혀버렸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요즘과 맞지 않아"

김은숙 작가는 누가 뭐래도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다. 김은숙이라는 이름 만으로 대본은 물론 단 몇 장의 내용과 캐릭터 요약 만으로도 요즘 제일 잘나간다는 스타들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적어도 대본은 6회까지 봐야한다"는 콧대 높던 매니지먼트사들도 김은숙이라는 이름 석자에 철저한 '을'을 자처했다. 방송사들 역시 서로 편성을 하겠다며 경쟁을 펼칠 정도.

특히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 일상 로맨스에서 나아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로맨스물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김은숙 파워'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가 구현하는 세계관 속 '신데렐라' 형 여성 캐릭터와 '백마탄 왕자님' 완결무구한 남자 주인공 설정에 시청자들의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젠더 감수성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더 킹'에서도 대한제국 황제와 대한민국 서민 형사라는 설정은 "고루하다"는 반응을 자아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캐릭터 설정, "이게 최선입니까?"

물론 달라진 여성상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보였다. 대한제국 최초, 최연소 여성 총리를 등장시키거나, 범인을 때려잡는 여형사라는 설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붉은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와이어는 가슴을 받쳐주지 못한다"고 말하고, 황제의 연애에 질투하는 여성 총리는 2020년을 사는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더 킹'의 전작인 '하이에나'가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의 관습을 깨부수는 모습으로 호평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물론 망하진 않겠지…"

'더 킹'은 '미스터션샤인' 430억 원, '아스달 연대기' 500억 원 보다는 적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여기에 도심에 백마가 질주하고, 고풍스럽고 화려한 대한제국 궁 등 다양한 볼거리로 "제작비가 허투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 한중관계 개선으로 향후 중국 콘텐츠 시장이 다시 열린다면 '태양의 후예' 등 김은숙 작가 전작과 주연배우 이민호의 인기를 고려했을때 주목 받을 작품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더 킹'이 SBS 방영권료와 넷플릭스 판권, PPL까지 감안하면 마진은 3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더 킹' 방송 시작 시점에 맞춰 제작사 화앤담의 모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매수"의견을 잇따라 발표했을 정도.

'더 킹'은 자신에게 쏠린 우려와 반감을 씻어낼 수 있을가. 앞으로 남은 방송을 통해 풀어내야 할 숙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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