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6일(16: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뜸했던 A급(신용등급 A-~A+) 회사채 발행이 재개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의 채권 발행이 성사된 가운데 정부의 추가 지원방안도 나온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동아쏘시오홀딩스(450억원)와 대한제당(400억원)이 채권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한다. 다음달인 28일엔 하나에프앤아이의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하나에프앤아이의 발행금액은 1200억원으로 이달 수요예측에 나선 A급 기업 중 가장 많다. 이외에도 국도화학, 매일유업, 보령제약, 한일홀딩스, NS홈쇼핑 등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기 중이다.
이들 기업은 여전히 자금 조달환경이 험난함에도 몇몇 기업이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하는 것을 확인하고 채권 발행 결정을 내렸다. 한 달여간의 A급 회사채 공백 상태를 깼던 현대오트론, 풍산, 아주산업이 최근 차례로 수요예측에 나서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그나마 실적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은 금리를 높게 제시하면 투자수요를 모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풍산의 경우 최고 희망금리를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시가평가보다 0.7%포인트나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신용위험 확대로 회사채 금리가 뛰는 가운데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한동안 희미해졌던 A급 회사채의 투자매력이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장기간에 걸친 시장금리 하락세로 A급 회사채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AA-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와의 금리 격차가 작았다. 이 때문에 주요 기관들이 “안정성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주저해왔다.
정부가 최근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매입을 늘리겠다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추가로 내놓은 것도 A급 회사채가 다시 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특수목적기구(SPV)를 세워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매입에 2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가동 예정인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2조2000억원)와 함께 회사채시장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은이 80%를 인수해주는 제도다. 산은이 사들인 회사채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높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다시 발행된다.
숨죽였던 A급 기업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걷히지 않아서다. 갈수록 거세지는 기업 신용등급 하락추세로 회사채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도 큰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9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6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200억원어치 발행에 나선 아주산업도 전체 투자수요(260억원)의 대부분인 200억원을 산은이 받쳐준 데 힘입어 겨우 ‘완판’에 성공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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