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단독]대한항공, 기내식·마일리지·MRO 사업부 매각 검토

입력 2020-04-26 20:24   수정 2020-04-26 20:26

≪이 기사는 04월26일(16:2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마일리지·항공기 정비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지원에 따른 자구안 제출을 채권단이 압박하면서부터다.

26일 경영계 및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최근 기내식 등 주요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 여러 가지를 놓고 본격적으로 내부 검토에 나섰다.

정부는 산업은행 등을 통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운영자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화물운송 관련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ABS) 7000억원을 산은이 인수해 준다. 또 대한항공이 6월 중 영구 전환사채(영구 CB) 3000억원어치를 발행하면 이를 인수해 주기로 했다.

1조2000억원은 그러나 대한항공에 대한 '첫 지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약속한 기간산업 지원 자금 40조원을 통해 하반기 중 대한항공에 추가 자금이 지원될 가능성이 높다. 수조원의 자금 지원에 대한 '자구안'을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배경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부지 등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채권단은 작년부터 매물로 나와 있던 자산을 다시 팔겠다고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팔릴 만한’ 자산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이) 그간 발표되지 않았던 회사 내 사업부 매각을 통해 많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회사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사업부를 모두 매각할지, 매각 작업은 원활할지 등 변수가 산적해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매각 가장 쉬운 것은 기내식 사업부
가장 첫손에 꼽히는 사업부는 기내식 사업부다. 항공사의 기내식 사업부는 비행기가 다시 뜨기만 하면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부로 꼽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고 나가기 전까지 기내식 사업부를 총괄하기도 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관점에선 자녀 중 한 명에게 떼어줄 만한 사업부라는 뜻이다. 분할 매각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사업부로 꼽힌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타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형태로 기내식 사업부의 미래 매출을 현금화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루프트한자와 8대 2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LSG스카이셰프코리아를 설립했으며, 루프트한자와의 계약이 종료될 무렵인 2018년엔 하이난항공과 6대 4로 지분을 갖는 게이트고메코리아를 만들었다.

◆마일리지 사업부, 수조원 가치
매각시 가장 덩치가 클 사업부는 마일리지 사업부다. 전 세계 항공사는 비행기를 많이 타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상용고객 우대제도(FFP)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가 항공사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카드를 내놓는 것처럼, 마일리지 사업은 항공권을 보상으로 삼아 모든 방식의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항공권 외에 다른 보상을 대신 주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부 매각시 지분 가치를 산정하는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선례는 여럿 있다. 2003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에어캐나다는 사모펀드(PEF)가 주인이 된 뒤 2005년 마일리지 사업부(에어로플랜)를 분할해 캐나다 증시에 상장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에어아시아, 아비앙카, 아에로멕시코 등 여러 항공사가 마일리지 부문을 분할해서 지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일리지 사업부 매각이 거론된 적이 있다. 다만 첫 사례였던 에어캐나다가 2017년 자체 사업부를 되살리는 등 마일리지 사업부 분할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분류할 권리를 매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화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마일리지 사업부만한 것이 없기도 하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마일리지 사업부(벨로시티) 35% 지분을 글로벌 PEF 어피니티에 매각했다가 작년 11월 되샀는데, 이때 매수 가격은 약 4억7350만달러(약 5800억원)였다. 전체 마일리지 사업부 가치를 1조7000억원 가량으로 본 셈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업부 매각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마일리지 사업부를 팔면 대규모 부채를 이전하는 데 따르는 부채비율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관련 부채인 선수금 및 이연수익은 총 2조4254억원에 달한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가 했던 것처럼 일부 지분만 매각해서 외부 자금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추후 되사들이는 방법도 검토 가능하다.

◆MRO 사업부, 한화 등 관심
MRO(정비·수리·점검) 사업부는 항공기의 정비와 조립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지난해 방위산업 등을 하고 있는 한화그룹에서 한 차례 매입을 검토했으나 양쪽의 입장이 맞지 않아 결렬됐던 전례가 있다. 이 사업부는 대한항공 외에도 자체 항공기 정비 능력이 없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올해 LCC 업계가 일부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비행기 대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작년 대한항공이 MRO 사업부 매각을 검토했을 때 PEF 중에서도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이 적지 않았다.

세 사업부를 전부 유동화한다고 가정하면 수조원의 자금을 융통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사모펀드(PEF)들이 특히 군침을 흘릴 매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일단 넘겼다가 나중에 다시 사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지금은 알짜 자산이라고 아까워 할 때가 아니라 당장 닥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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