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FX마진거래 200% 폭증

입력 2020-04-27 08:13   수정 2020-04-27 08:16



환율 변동성에 투자하는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규모가 200% 넘게 폭증했다. 레버리지(차입투자) 비율이 10배로 원유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처럼 투기성이 짙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 대금은 총 21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0.1% 늘었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로 환산하면 약 26조원 규모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지난달 FX마진거래 거래량은 19만4212계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3.9% 뛰었다.

FX마진거래는 환율 변동성이 높은 국가의 통화를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금융투자상품이다.

FX마진거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환율 변동성이 커져서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156.4원에서 올해 1월말 1191.8원, 2월말 1213.7원, 3월말 1217.4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원·달러 환율의 오르내림이 심했다. 지난달 19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40원 폭등해 1285.7원으로 마감하며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39원 넘게 빠졌다.

FX마진거래의 증거금률은 10%이고 계약당 기본 단위는 10만달러다. 1만달러를 국내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기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증거금의 10배인 1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

환율이 5% 오르면 50%의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5%가 내리면 50% 손실을 기록한다. 투자에 실패하면 강제청산을 당해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가 FX마진거래를 하려면 원화, 달러, 유로화 등 상대적인 통화가치 변동 폭과 환율 변동 폭을 동시에 예측해야 한다.

투기성이 짙은 금융상품임에도 개인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이 2012년 증거금률을 기존 5%에서 10%로 상향한 것도 조사 결과 개인 투자자의 90% 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간담회에서 "아직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도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 판매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투자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FX마진거래 증거금률을 높이고 교육도 받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긴 했는데 원유 선물 ETN 상품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투기적인 거래가 횡행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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