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기를 다뤘던 영상 ‘참 이상한 나라(KOREA, WONDERLAND)’가 화제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뒤 조회 수 380만 뷰를 넘어섰다. 한국 시민들은 시키지 않아도 기부금을 낸다. 건물주는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를 위해 임대료를 깎아준다.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대구로 모여들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참 이상한 모습’이다. 스페인에서는 요양원 직원들이 나부터 살겠다고 도망가는 바람에 방치된 노인들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질서의 나라’ 일본에서는 생필품 사재기로 약자들이 물건을 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한국의 시민의식이 선진국 이상이라는 점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위기 때 마른수건 더 짜는 기업들
이상한 건 한국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회공헌 활동부터 축소한다. 2008년 세계 경제를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광고비 사회공헌비 등 경영에 영향을 덜 미치는 부분부터 크게 줄였다.
한국 기업들은 반대로 사회공헌 지출을 더 늘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 사회공헌 실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비는 총 1조9550억원이었다. 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에는 2조651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2010년에는 2조8730억원까지 증가했다.
투자를 줄이는 한이 있어도 사회공헌 비용은 늘린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불황 등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2000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며 “위기 때는 사회공헌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더욱 신경 쓰게 된 점도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작년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온라인 패널조사회사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시행한 ‘2019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소셜임팩트 조사(CSIS)’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82.8%는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87.3%는 ‘기업 평가 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어려운 중소기업에 유동성 공급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금융권부터 사회공헌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방역물품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해외진출 기업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에 11조3000억원, 신규 대출과 보증에 8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에 특화한 ‘중소 스피드업 수출입 대출’도 2000억원 한도로 내놨다. 외부감사를 받는 중소기업들이 대상으로, 담보 요구나 신용평가 절차 없이 재무제표에 기반한 정량심사만으로 돈을 빌려주는 점이 특징이다.
오렌지라이프는 대구·경북 지역에 의료진 필요물품 구매용으로 1억원을 지원했고 소외계층 아동의 감염예방을 위해 직접 제작한 마스크 800여 장과 필터 3만8000여 개를 아동복지기관에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투명우산 10만여 개를 제작해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어린이 약 90만 명이 투명우산을 받았다. 올해 100만 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충북 진천에 100만㎡ 규모 친환경숲(미르숲)을 조성하는 등 자연환경 복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효성그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 취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위해 ‘꽃 선물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효성 전주공장은 꽃다발, 화분 등을 구입해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선물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의료용 장갑 5만 켤레, 손소독제 3000개 등 긴급 의료용품도 전달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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