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열려 기대를 모았다. 총 450개 부스 규모로 열리는 이들 전시회가 올스톱된 마이스 행사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업계는 기대했다.
주최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생활방역 지침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 측도 전시장 안팎에 발열감지기와 에어커튼을 설치하고 방역 인원과 횟수를 늘리는 등 방역대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커진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23일 해병대에 입대한 대구 확진자(19·남성)가 훈련소 입소 전 부산 시내 클럽과 주점, 횟집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접촉자 가운데 141명은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지만 100여 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개막 이틀 전 갑자기 행사가 연기되면서 주최사인 메세코리아를 비롯해 부스시공 업체, 참여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행사를 열려던 주최사는 오히려 큰 피해만 떠안게 됐다. 지난해 3개 전시회는 동시에 열려 1200부스 규모로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참여기업이 줄면서 전체 행사 규모가 예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주최 측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최소 10억원에 달한다. 행사를 위해 참여기업이 제작을 마친 부스 디자인, 제작 비용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불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메세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행사 개막에 맞춰 거리 현수막과 가로등 배너 등 홍보물 설치를 마친 상태"라며 "일정 변경으로 참여기업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 정확한 피해규모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 수습 등 사후처리를 놓고 부산광역시와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불과 3~4일 전만해도 "최대한 방역을 지원할테니 행사를 열자"고 독려하던 부산시와 벡스코가 모든 책임을 주최사로 떠넘기고 있다는 게 주최 측 주장이다. 부산시와 벡스코가 전시장 임대료를 일부 할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문제해결은 커녕 갈등만 더 부추기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시장 임대료 할인으로 주최 측이 돌려받게 될 금액은 4000만~4500만원으로 전체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메세코리아 관계자는 "시에서 벡스코를 통해 행사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더니 이제와서는 "주최 측이 자의적으로 연기를 결정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부산시는 취소가 아닌 일정을 미룬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서도 주최사와 입장 차이가 크다. 현재 이달 21일로 일정 변경이 확정된 행사는 베이비페어 단 한 건이다. 나머지 건축·인테리어, 홈리빙&생활용품 전시회는 참여기업의 반발이 심해 일정 변경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전시주최사 관계자는 "그동안 마이스 도시를 자처하던 부산시가 전시회 개최의 매커니즘, 전시업계와 행사에 참여하려던 중소기업의 피해는 외면한 채 본인들 책임 회피에만 애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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