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의 다툼 1순위는 바로 경제적 문제다. 본격적으로 결혼 계획을 세우다 보면 연애 기간 중 잘 몰랐던 집안 사정, 금전 관계 등을 속속 알게된다. 넉넉치 않은 가정에선 신혼집 마련만으로도 머리 아픈데, 예물·예단까지 하려면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20대 후반 여성 A씨 또한 마찬가지다. A씨는 연애 때와 달라진 예비신랑의 마인드 때문에 매일이 상처다.
예비신랑 B씨는 여유있는 부모 덕에 7억원 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신혼은 그 아파트에서 시작할 생각이다. 반면 A씨는 직장 생활을 늦게한 탓에 3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 그 금액에서 예식, 예물, 혼수 등 비용을 내야 했다.
A씨는 결혼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말했고, 예비신랑의 부모에게도 전하라고 했다.
예비신랑은 A씨에게 "그거면 충분하다"라며 "몸만 오면 된다"고 확고히 말했다. A씨는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B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 할수록 예비신랑의 말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우리 형수는 XXXX 시계 제일 비싼거 해 왔다", "작은 형수네 집은 우리 형 차 오래 썼다고 XX 사가지고 오더라"라며 A씨와 자신의 형수들을 은근히 비교한 것이다.
A씨는 "예비신랑의 형수들이 금수저는 못되어도 은수저는 된다고 하더라. 요즘 정말 죄인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예비신랑의 큰 형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하고, 작은 형수는 학원 강사다. 저는 초등 교사인데 직업적으로 봤을 때 그들과 비교해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A씨는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초등학교 교사인 자신에게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예비신랑에게 말하니 "첫째 형수는 집값도 반 이상 해오고, 둘째 형수는 혼수, 예단 말고도 현금으로 1억을 들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야, 너에게 그렇게 해오라는 게 아니고 우리 결혼 준비 하다보니 형들 결혼할 때 생각나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가 화를 내자 예비신랑은 "널 너무 사랑해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라면서도 "그런데 서울에서는 집값의 일부를 혼수나 예물로 해오는게 룰이야. 알고만 있어"라고 했다.
A씨는 "제가 예비신랑 7억 아파트 보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먼저 결혼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눈치를 보며 결혼을 해야하나 자괴감이 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화를 돋군 사건도 있다. 예비신랑이 제가 준 돈으로 이미테이션 시계를 사면서 '명품 받았다고 해야지'라고 말했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얼마 안되는 금액이지만 충분히 괜찮은 브랜드에서 예물시계를 살 수 있었다"면서 "결혼하면서 B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몸만 오라고 해서 몸만 갔다가 '진짜 몸만 오냐'는 소리 듣겠다", "남자가 티 안내고 존중해주면 괜찮은데, 이렇게 아쉬워한다면 미련없이 내려놓는게 좋을 듯", "아직 결혼 준비가 안됐으니 돈 모을 때까지 연애나 하자고 하라", "결혼하기 전부터 비교질인데 결혼 하면 더 할 것",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집값의 몇프로 해오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하라", "친동생 같으면 뜯어 말렸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2년내 결혼한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주택가격을 포함해 1억5332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예물 294만원, 예단 1262만원, 이바지 96만원, 혼수용품 1203만원 선을 쓰고 있었다. 신혼부부는 축소하거나 생략했으면 하는 결혼 준비 품목으로 예단(31.7%), 혼수(29.4%), 예물(17.4%)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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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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