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사업 부활 신호탄 되나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호텔, 레저, 외식, 건설업 등에서 지난해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패션부문 매출이 3조5000억원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패션사업은 한때 4조5000억원 규모에서 계속 위축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8일 뉴발란스 본사와 2025년까지 한국 및 중국에서의 독점 판매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이랜드그룹이 패션사업 활성화하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에서의 뉴발란스 판매 사업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이랜드가 국내에서 뉴발란스·뉴발란스키즈 사업을 시작한 건 2008년이다. 당시 뉴발란스는 마라톤과 조깅을 즐기는 마니아만 아는 슈즈 브랜드였다. 연매출 규모는 200억원 수준. 하지만 이랜드가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한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별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는 등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2009년부터 의류도 직접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 잘 맞는 옷, 한국인 체형에 맞고 트렌디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10년 1600억원에서 이듬해 3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지난해엔 4500억원을 찍었다.
뉴발란스키즈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처음엔 뉴발란스 매장 한쪽에서 아동복을 소량 판매하는 수준이었지만 아동복 시장이 커지자 2013년부터 세계 최초로 뉴발란스키즈 단독 매장을 NC백화점 송파점에 열었다. 2017년엔 뉴발란스키즈 매출이 980억원대로, 지난해엔 1250억원대로 늘었다. 한 아이만 낳되 좋은 옷을 입히려는 부모가 늘어난 점, 스포츠 및 캐주얼 브랜드 옷을 부모와 함께 패밀리룩으로 아이에게 입히려는 트렌드가 자리잡은 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사업 성장 기대
이랜드는 이번 계약에서 뉴발란스키즈의 중국 사업권을 추가로 확보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발란스 중국 매출은 2015년 5000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7년 중국의 한한령 조치 이후 이랜드는 효율이 떨어지는 작은 매장들을 정리했다. 지난해 매출은 4500억원이었다. 이랜드 측은 올해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다시 중국 사업이 성장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뉴발란스가 이랜드와 판매권 재계약을 한 배경에 외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직진출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푸마’ ‘폴로’ ‘망고’ ‘나인웨스트’ 등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국내에 직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선 한국이 ‘직진출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 판매할 때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 체형에 맞는 사이즈 등 현지화 작업이 필수”라며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브랜드에서 라이선스 제조, 판매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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