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돌파 총대 멘 산업은행, '집행자금 = 혈세' 잊지 말아야

입력 2020-04-28 18:01   수정 2020-04-29 00:42

‘코로나 쇼크’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위기의 7대 기간산업’을 위해 개별 기업에 조(兆) 단위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 지원 결정이 났고, 두산중공업 정상화 지원금은 벌써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한계 상황에서 지원을 기다리고, 7대 기간산업에 포함되지 않은 정유업계도 1분기 손실이 작년 한 해 동안 번 영업이익보다 커 초비상이다.

정부가 직접 투입하는 예산을 포함해 ‘코로나 극복’을 위해 계획한 공적자금은 240조원에 달한다. 그 중심에 산업은행이 있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부터 산은이 조성하고 운영한다. 140조원으로 불어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도 금융지원 부문은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하고, 주된 실무집행은 산은이 맡는 구조다.

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산은의 책무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산은이 수출입은행과 함께 국책은행으로서 ‘위기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여부에 따라 조기 극복이냐 기나긴 침체냐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병상을 많이 비워 놨다. 새 환자가 와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와 자신감에 기대를 걸게 된다.

하지만 구조개혁이 수반되는 위기 돌파는 무척이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는 물론 통상적인 산업·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늘 절감했던 사실이다.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큰 위기일수록 고통과 후유증도 더 크기 마련이다.

산은이 제한된 재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자면 ‘실력과 지혜’뿐 아니라 ‘의지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기업 살리기와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일반 원칙만 있을 뿐, 각론에서는 정해진 해법이 따로 없다. 구조조정의 원칙, 국내외 산업 전망과 기업 분석 같은 지식은 말 그대로 기본이다. 해당 기업 노사의 버티기를 이겨내고, 때로는 정치권과 사회단체의 압력과 개입에도 맞서야 한다. 노사와 주주, 채권단이 힘겹게 경영정상화 방안을 도출하고도 ‘외부세력’에 가로막혀 좌절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던 게 흔한 ‘한국적 전통’이기도 하다. 코로나 위기에서 산은이 가야 할 길은 그만큼 힘겹다.

아울러 산은이 집행할 위기극복 자금은 결국 국민의 혈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반기 이후 공적자금 수요는 늘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재정도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산은과 수은에 대한 증자도 불가피하다. 이 모든 게 국민 부담이다.

코로나 위기 전에도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한국GM 현대상선 금호타이어 등의 구조조정을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하우도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불길이 치솟는 이번 위기는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 정부도 산은만 앞세울 게 아니라 상황이 어려워져도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버팀목이자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와의 긴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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