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투자바이블 된 '유튜브'…자산운용사 구독자 '급증'

입력 2020-04-30 08:00  



#직장인 3년차 이 모씨(33)는 이른바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다. 최근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면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돈을 투자금으로 굴리고 있으며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주식 뿐 아니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투자 공부는 주로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콘텐츠를 통해 하고 있다.

투자정보에 목마른 주린이들이 유튜브로 가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유튜브 채널을 강화 중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4770명이다. 자산운용사 중 최대 규모다. 뒤를 이어 삼성자산운용 3280명, 한화자산운용이 4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올해 들어 폭증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구독자가 200명 안팎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4500명 넘게 늘었다.

구독자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1월부터 실시한 '웹세미나' 덕분이다. 금융시장 전망과 경제 이슈, 투자전략, 상품 정보 등을 펀드매니저가 직접 설명해 구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8시에 실시했던 '포스트 코로나19, 언택트 산업 투자전략' 세미나에는 1500~1600명 가량이 몰려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미리 신청하면 세미나 시작 전 핸드폰이나 이메일로 유튜브 라이브 주소를 전송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월 이후 한 달 평균 3~4회의 웹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관심이 확대됐던 지난달부터 이달까지는 월 10번 가량 진행했고, 내달부터는 월 4~5회의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진혁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지털마케팅본부장은 "웹세미나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펀드매니저들도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구독자수가 가장 많았던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1700명에서 3280명으로 늘었다. 운용사 가운데 유튜브 채널을 가장 먼저 개설한 한화자산운용도 200명대 규모에서 두 배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폭락으로 증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저가매수' 기회를 찾고 있다. 이들은 주식 뿐 아니라 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고위험상품에도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해진 투자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를 제공, 구독자 잡기에 나섰다. 최근 삼성운용은 투자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ETF 및 원유선물 ETN 관련 콘텐츠를 제공해 인기몰이 중이다. 원유선물 ETN에 대한 관심 커졌던 시기에 내놓은 '원유 투자, 괴리율, 선물, 롤오버 더이상 쉽게 설명할 순 없다?!' 영상은 채널 내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9000회)를 기록했다.

한화자산운용도 유튜브 채널 강화에 적극적이다. 현재 사내 콘텐츠 협의체를 만들어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뿐 아니라 리서치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의 사원이 참여하는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전 본부장은 "투자업계에서 온라인 채널의 강화는 필수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를 통해 고객과 교류했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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