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경력 전환 노리는 교육생들
코딩 부트캠프 모델은 2012년을 전후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약 5년 전에 시작됐는데 최근 들어 패스트캠퍼스, 코드스테이츠 등 교육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2015년부터 코딩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코드스테이츠의 김인기 대표는 “올 1분기 교육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9배, 직전 분기 대비로도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코딩 부트캠프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표방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강도 높은 교육이 수개월간 이어진다. 비전공자가 SW 개발직군에 필요한 지식을 짧은 시간 안에 쌓기 위해선 이 같은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부트캠프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일한 A씨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여가 생활을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의 경력은 다양하다. 비전공자 대학생은 물론 경력 전환을 원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도 있다. 직장인은 휴직 후 단기 교육과정을 수강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강도 높은 교육과 비싼 수강료에도 교육생이 몰리는 것은 개발 직군의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개발자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에서 2022년까지 국내 개발자 2만8994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개발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IT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솔루션 등이 주목받으면서 성장의 계기를 맞았다. 많은 기업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가운데 카카오를 비롯한 IT기업은 대규모 공채를 진행 중이다.
코딩 부트캠프의 ‘가성비’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대학에서 전공 학위를 따는 데 들이는 비용과 시간에 비하면 최대 1년, 1000만원의 코딩 부트캠프가 빠르고 싸게 경력을 전환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계산이다.
“기본기 이상의 실력 갖춰야”
일각에서는 코딩 부트캠프가 기본기를 익히는 데는 유용하지만 별도 프로젝트 진행 등 추가적인 노력 없이는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를 찾더라도 일정 수준의 경력을 쌓기 전까진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적인 견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구인난이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높게 대우하는 인력은 기본기만 갖춘 개발자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급 인재”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곧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10개월 과정의 장기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1년 이상의 개발 경력이 있는 인력을 뽑아 현장에 필요한 지식을 집중 교육한다. 지난해에는 45명의 교육생 중 23명을 채용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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