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영화계에선 성공한 작품의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전후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성공한 작품의 후속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편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았다면 속편 역시 그럴 것으로 관객들은 추론한다. 극 중 세계관에 몰입하거나 캐릭터에 애정을 품는 팬까지 생기면 흥행은 더 쉬워진다. 시리즈 개봉 때마다 결근과 결석이 속출한다는 스타워즈(현재까지 총 11편)와 해리포터(총 8편), 마블(총 23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넓게 보면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일종의 ‘속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가 ‘경험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험재는 실제 소비하기 전까지는 그로 인해 얻게 될 효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게 영화와 책 같은 콘텐츠 상품이다. 직접 극장에서 확인하거나 책을 펴들기 전까진 자신이 얻을 효용을 미리 알기 힘들다. 부품의 성능이 숫자로 표현돼 효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탐색재’와 다르다. 경험재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라는 사실은 선택을 앞둔 관객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크게 줄여준다.
물론 모든 속편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모(母)브랜드인 전편이 높은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어야 속편 제작이 가능하다. 전편의 브랜드만 가져오고 상품 내용이 크게 다르다면 관객은 실망해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전편과 속편이 너무 비슷해도 실패 확률이 커진다.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소비할 경우 추가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계효용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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