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행진 99개월 만에 멈췄다

입력 2020-05-01 17:39   수정 2020-10-13 19:14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무역수지가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2012년 1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흑자 행진은 99개월(8년3개월) 만에 멈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지난달 수출은 369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24.3%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29.4%) 후 최대 감소폭이다. 수입은 378억7000만달러로 15.9%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13.5%)과 유럽연합(EU·-12.8%)으로의 수출이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이어진 결과다. 중국 역시 공장 가동과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17.9% 감소했다.


주요 수출 품목 대부분이 부진한 성적을 냈다. 선박(-60.9%)과 석유제품(-56.8%)은 절반 이상 감소하며 ‘수출 절벽’에 직면했다. 자동차(-36.3%)와 철강(-24.1%)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반도체(-14.9%)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월 조업일이 작년과 비교해 2일 줄어들어 하루평균 수출 감소율은 -2.9%에 그쳤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성공적인 점도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국내 제조업이 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되면서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은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글로벌 수요 절벽…"코로나 진정 안되면 5월 수출도 회복 어렵다"

“2003년 이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바이러스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저유가 등을 아우르는 복합위기가 닥쳤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 전환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무역수지는 3월만 해도 45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9억5000만달러 적자로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을 가리지 않고 타격을 받는 가운데, 수요 위축 속도가 바이러스 확산만큼 빨랐다는 게 산업부의 진단이다. 여기에 배럴당 2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로 수출 단가마저 떨어졌다.


수요 위축에 단가 하락 겹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은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나타났다. 4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3.29달러로 3월(2.94달러)보다 올랐지만 수출금액은 3월 87억달러에서 4월 71억달러로 뒷걸음질쳤다. 그만큼 세계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휴대폰 수출도 작년 동기 대비 43.6% 감소했으며, 가전제품 수출은 32.0% 줄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집에만 머물고 소매점도 대거 문을 닫은 여파다. 자동차(-36.3%), 자동차 부품(-49.6%) 등도 비슷했다. 딜러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 자동차 판매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판매량이 줄었다.

석유제품과 철강은 이 같은 수요 위축에 단가 하락까지 겹쳤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으로 지난달 석유화학 제품의 t당 수출단가는 24.4%, 석유제품은 57.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소진을 위해 중국 업체들이 수출 확대에 나선 철강 역시 t당 수출단가가 8.7% 떨어졌다. 여기에 수요 위축에 따른 전방산업의 가동 부진으로 석유화학 수출은 33.6%, 석유제품 수출은 56.8% 감소했다. 철강 역시 24.1% 줄었다.

반면 수입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전자부품 등 중간재가 13.9%, 식품과 의류 등 소비재가 9.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제조 장비와 발전기 등 자본재 수입은 오히려 1.3% 늘었다. 정부가 “한국의 공장 가동과 내수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자평한 이유다.

정부는 5월 수출 긍정 전망하지만

정부는 수입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주목한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급감하며 생산 및 투자에도 악영향을 줬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2009년 1월 자본재 수입이 31.3%, 중간재 수입은 28.2% 줄어들며 생산이 둔화돼 이후 10개월간 수출이 부진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되는 데 필요한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적자 전환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며 “코로나19 진정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 수출은 반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5월 무역수지 개선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며 미국과 유럽에서 단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며 “각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까지 영향을 주면서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외국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된다고 한국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며 “5월에 무역수지가 개선되기는 불가능하며 정부는 기업에 ‘희망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기업들의 대규모 도산으로 이어져 내수 및 수입과 관련된 긍정적 지표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지표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어 산업부의 긍정 전망은 사실상 ‘기대’로만 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5월 수출 전망치는 65.0(기준선 100)으로 1980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를 나타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나름대로 버텨오던 수출과 제조업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5월 이후 무역수지는 주요 수출 시장에서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노경목/구은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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