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이 햄버거가 달려졌다. 맛은 바뀌지 않았지만 장점이었던 크기가 조금씩 줄었다. 정확히 몇㎝가 줄었는지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다. 외식업 컨설팅을 오랫동안 해온 필자는 ‘원가절감’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마도 치솟는 인건비와 원재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크기를 줄였으리라 짐작해본다. 이 제품이 가지고 있는 핵심 경쟁력인 ‘사이즈’를 포기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형 가맹본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어딘가에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일단 임차료는 손을 못 댄다. 인력도 줄일만큼 줄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자니 가뜩이나 불경기에 방문객이 더 줄어들까 두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영환경에서 수없이 많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사업이다.
가맹사업자는 하루종일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장사를 하다 보면 소비자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가격을 올렸을 때 못지 않게 가격이 같다 하더라도 제품의 품질이 달라졌을 때의 불만도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과도하게 소비자 눈치를 보다가 꼼수를 쓰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가격을 올리든, 품질을 낮추든 어떤 결정을 내려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내 점포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정도(定道)’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좋아하는 이유가 ‘크기’라면 이 부분은 절대 타협해선 안된다. 정말 배고플 때 그 햄버거 하나만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이 메뉴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엔 좋아하는 제품이라면 돈을 더 주고라도 반드시 사고 싶게 만드는 ‘가심비(價心比)’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아직도 필자는 그 햄버거 브랜드 매장에 가끔 들른다. 예전만큼 그 브랜드를 좋아하지는 않게 됐지만 간다. 요즘은 좋아했던 그 메뉴가 아닌 다른 메뉴를 주문해보기 시작했다.
강준식 < 벨룸마케팅컴퍼니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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