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와 건전성 '줄타기'…은행들에 숙제 던진 코로나

입력 2020-05-04 08:51   수정 2020-05-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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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04일(08:51)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눈에 띄게 완화됐습니다. 정부도 이런 변화를 감안해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방역 강도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것인데요. 경제 및 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감염 예방 활동을 철저하게 지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코로나19는 일상, 경제,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과는 다른 모습들이 뉴 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다수 업종의 생산과 소비에서 언택트(비대면)가 일반화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은행업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긴 어렵습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코로나19 이후 은행업의 변화와 과제를 폭 넓게 점검해 눈길을 끕니다. 은행업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이라 코로나19의 영향을 다각도로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은행의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사실 대면 거래 수요는 기조적으로 축소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개 국내 은행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2018년 기준 91.2%에 달합니다. 대면 거래 비중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8.8%에 그치고 있죠.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은행들은 정책적으로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각종 비용 축소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인건비 부담 등으로 그리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동력이 돼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비대면 거래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간 표준화와 신뢰성 확보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분산형 신원 인증의 제도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역시 현금 이용 비중 감소와 온라인 매출 증대 등을 감안해 안전한 디지털 화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요.

초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도 은행들의 새로운 과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단기간에 활성화시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당분간 정책금리 인하 압력은 커지게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예대 업무 위축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 졌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인하해 비용을 내부화 하거나 한계기업이나 장기 대출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비용을 내부화 하는 경우 은행들이 투자 대상을 제대로 찾기 어렵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 있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낼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결국 은행들이 장기 대출금리 인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해외 영업도 위축될 전망입니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은행들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해외 공장을 재폐쇄해야 할 수 있거든요. 이 때문에 기업들이 본국 회귀 등을 추진하는 겁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려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 등을 중심으로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현금으로 인식되는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한국계 은행들이 주로 진출한 동남아시아 통화 약세를 유도하게 됩니다. 은행들로선 환 손실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실 여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정책당국은 은행들의 건전성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습니다. 저신용등급 기업 등에도 여신 확대를 독려했습니다. 은행별 자체적인 신용등급과 대출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부실화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죠.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중기적으로 코로나19 종료 후 재차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 일부 은행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유동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유가증권 매각과 자금조달 경로 확대 등이 정책적 이유로 제약 받을 경우 장단기 자금의 불일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금리로 인한 회사채 발행 급증으로 기업부채가 증가한 가운데 실업률 증가로 가계대출의 부실화도 진행되는 추세라 안정세를 띠고 있는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답니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센터는 올 2분기 이후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에 대비해 비용 절감을 위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네요. 김 위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계나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크거나 서비스업종 위험노출액이 많은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자산건전성을 탄탄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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