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산유 부국' 베네수엘라, 극심한 연료난에 중앙은행 금까지 팔아치워

입력 2020-05-04 11:22   수정 2020-06-03 00:32


한때 남미 최대 산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연료난에 자국 금을 팔아치우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기존 경제난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외환보유고가 3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이란으로 들어간 금 현물은 9톤에 달한다. 약 5억 달러(약 6140억 원)어치다. 이란 마한항공은 지난주에만 항공기 6대 이상을 베네수엘라로 보내 금괴를 싣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이란으로부터 정유시설 관련 장비를 수입하고 그 대가로 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국 베네수엘라 특사는 지난주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연 행사에서 “이란은 베네수엘라의 정유업계를 지원하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이란에 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 최대 산유국이었지만 최근엔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경제난과 사회혼란이 이어지면서 장기간 석유산업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해서다. 베네수엘라 정유 시설은 관리 부실로 인해 시설이 상당히 노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석유 생산·정제 경쟁력도 떨어졌다. 여기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수출입시장에서 원유를 휘발유로 맞바꾸기도 어려워졌다.

연료난이 심각해지자 베네수엘라는 이란 등으로부터 정유업계 용품과 기술자 등을 들여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원유 정제용 촉매제와 정유시설 부품 등을 비롯해 정유시설 재가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 인력을 베네수엘라로 보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각각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다른 외국과의 거래가 어렵게 되자 최근 양국간 거래를 더욱 늘렸다.

베네수엘라가 정유업계를 살리기 위해 금을 대거 내놓으면서 베네수엘라 외환보유고는 급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외환보유액은 약 63억 달러(약 7조7400억원)로 3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금 약 70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식량과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다”며 “사회 불안 위험도 커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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