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작년 10월(0.0%) 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올 3월(1.0%)에 비해선 0.9%포인트 급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해 1~3월 1%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하락폭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소비자물가는 0.4%로, 전달(0.7%)보다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한은은 “유로존은 코로나19로 강도 높은 봉쇄조치를 취해 사재기가 벌어지며 생필품·식료품 가격이 뛰었다”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공급망 차질 및 사재기 현상이 적어 물가 상승이 억제됐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3%를 기록했다. 1999년 7월 -0.2%를 기록한 이후 20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원물가 기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도 0.1%에 머물렀다. 이 역시 1999년 11월 -0.1% 이후 최저치다.
근원물가지수는 계절적 요인 등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원물가 상승이 둔화됐다는 것은 꼭 소비해야 하는 식료품과 석유류 등을 빼고 다른 품목에선 소비가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절벽이 본격화됐다는 뜻이다.
품목별로 보면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0.2%에 그쳤다.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 단체 여행비는 -10.1%, 호텔 숙박료는 -6.8%, 승용차 임차료는 -16.0%였다. 내구재(-1.2%), 화장품(-1.6%) 등도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발 경기 위축 와중에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가 맞물리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코로나19 영향과 각종 정책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며 “디플레이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방역체계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는 이달엔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 14조3000억원 규모의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모든 가구에 풀려 소비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더라도 소비활동이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감안할 때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많다.
강진규/김익환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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