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를 위해 1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협력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공장이 잇따라 가동 중단하면서 협력업체 공장도 문을 닫고 있고, 이 때문에 협력사들은 자금난에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중소 부품 협력사를 위해 3080억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사들은 필요할 때 현대차에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
또 현대차는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을 조기에 결제키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 개 중소 협력사가 지원 대상이다. 납품대금 결제일은 15일가량 당겼다.
현대차그룹은 자금을 지원받은 1차 협력사들이 2, 3차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금 조기 지급 효과가 2, 3차 협력사에 이어지도록 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런 내용을 담은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리도 어렵지만 더욱 어려운 협력업체부터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부품 협력사들이 중국 공장을 빠르게 재가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공장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부품 일부(와이어링 하니스) 수입이 안돼 국내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는 사태도 벌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 부품공장의 방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지원했다. 협력사와 함께 작업장을 소독했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마스크와 체온기, 세정제 등도 공급했다. 한국 정부와 함께 일부 부품 공장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국 산둥성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국내 서비스 협력사를 위한 지원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비스 협력사를 위해 모두 22억원을 지원했다. 현대차의 서비스 협력사인 블루핸즈 1374개소와 기아차 협력사인 오토큐 800개소의 3~5월 가맹금을 감면했다. 3월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지역의 블루핸즈 143개소와 오토큐 73개소의 가맹금을 전액 면제했다. 나머지 지역 블루핸즈와 오토큐의 가맹금은 50%만 받았다. 4월과 5월에는 전국 블루핸즈 및 오토큐의 가맹금을 50% 감액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3개월간 14억1000만원, 기아차는 8억2000만원을 서비스 협력사에 지원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 고통받고 있는 서비스 협력사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3개월간 가맹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서비스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도 꾸준히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했다. 올해 초 설을 앞두고 납품대금 1조73억원을 조기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대상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위아 등 6개 회사에 부품이나 원자재 등을 납품하는 기업 3000여 곳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최대 23일 앞당겨 대금을 지급했다.
작년 추석에는 1조4181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가 명절 이전에 2차 또는 3차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금 조기 지급 효과를 전 생태계로 확산시키자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이 원활하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매년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여는 방식이다. 2차 또는 3차 협력사가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 및 기술직 모집을 지원해 중소 부품 협력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신기술 전시 및 세미나도 열고 있다. 협력사가 개발한 신기술을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사들이 기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의 인력 훈련도 돕고 있다. 협력사들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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