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한 것은 주로 임원들이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와 계열사의 임원 및 국장급 간부, 지역농축협 상무급 이상 임원이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아이디어가 나왔고, 임직원에게 의견을 구해 최종적으로 지원금 전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농협은 전했다. 농협 관계자는 “결정 과정에서 특별한 반대 의견은 없었으며 일반 직원들에게 기부를 요구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민간기업에서 대규모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9일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소득 기준 5000만원 이상인 계열사 임직원 27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코로나지원금을 기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농협이 코로나지원금 기부를 결정한 것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 동참해 온 것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앞서 농협은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를 통해 공적 마스크 1300만 장을 공급했다. 농협경주교육원을 생활치료센터로, 구례교육원을 전남지역 해외 입국자 임시 검사시설로 개방하는 등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춰 왔다.
금융계에선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농협까지 ‘자발적 기부’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기부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기부 강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메리츠금융그룹과 조계종 등의 단체 기부 움직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법의 규제를 받고,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업을 하고 있는 농협이 이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계에선 코로나지원금 기부가 규제 산업을 중심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자발적 기부’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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