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지난 4일부터 저소득층 가구를 시작으로 지급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주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가구(세대) 단위로 지급하며 저소득층 외 가구는 11일부터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세대주에게 지급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사실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별거나 가정폭력 등 가족 내 갈등으로 세대주를 만나기 어려운 세대원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원금은 은행과 카드사를 통해 신용·체크카드에 포인트로 충전하거나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아야 한다. 신용·체크카드는 세대주 명의로 발급받은 것만 가능하다. 선불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은 세대원이 신청하려면 세대주의 위임장을 받아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70대 여성은 “세대주인 남편이 아파 신용카드가 없다 보니 18일까지 기다린 뒤 선불카드나 종이상품권으로 받아야 한다”며 “내 명의의 신용카드로 받으면 편한데 세대주가 아니라서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난지원금 세대원도 신청 가능하게 해주세요’ ‘정부재난지원금 이혼 소송, 별거 가정의 세대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등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바람난 아버지(세대주)가 집을 나가 양육비 한 푼 주지 않았고 15년 넘게 연락도 안 되고 있다”며 “이혼 처리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원래 대리인 제도는 부동산 계약 체결 등에도 쓰이던 것”이라며 “세대주가 중환자여도 위임장 서류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주를 만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남영/박종관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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