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 남양유업, 농협 납품 영업익의 5% 공유한다

입력 2020-05-06 17:07   수정 2020-05-06 17:09


대리점 수수료율 부당 인하로 '갑질 논란'을 부른 남양유업이 앞으로 5년간 이익 일부 공유와 단체 구성권 보장 등을 포함한 시정 방안을 이행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남양유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동의 의결안(시정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전원 회의에서 남양유업이 농협 하나로마트에 제품을 운송·진열하는 대리점의 위탁수수료를 2016년 일방적으로 15%에서 13%로 인하한 사안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동의의결제도란 공정위 조사 대상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0일 공정위는 남양유업과 협의를 거쳐 잠정 동의 의결안을 정했다. 이후 40일간 이해관계인과 관계부처의 의견 수렴을 거쳤으나 이견이 없어 동의 의결안을 확정했다.

동의 의결안에는 남양유업이 농협 납품위탁 대리점들의 위탁수수료율을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은 해마다 시장조사기관 혹은 신용평가기관에 의뢰해 동종업체의 농협 위탁수수료율을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농협 납품위탁 거래에서 발생하는 남양유업 영업이익의 5%를 농협 납품위탁 대리점들과 공유한다.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최소 1억원을 공유 이익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대리점주에게 장해가 발생하면 긴급생계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방안, 자녀 대학 장학금 지급 등 대리점 후생 증대 방안이 동의 의결안에 들어갔다.

또한 남양유업 대리점들은 대리점단체에 자유롭게 가입 및 활동할 수 있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단체 활동을 이유로 대리점에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

남양유업이 대리점 계약의 중요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개별대리점 뿐 아니라 대리점단체와도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매년 6월 말 남양유업으로부터 각 시정방안의 이행내역을 보고 받고, 동의의결안이 충실히 이행 상황되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본사가 강제로 할당해 판매하는 ‘밀어내기’ 사건으로 공분을 샀다. 이후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 운동의 여파로 대리점들의 매출이 감소하자, 본사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2014년 수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한 후 2016년 대리점과 협의없이 수수료율을 2%포인트 인하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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