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을 한 차례 노크했던 싱가포르 한상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이 행선지를 유가증권시장으로 선회했다. 기술특례 대신 6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아 시가총액특례로 코스피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 승인을 받을 경우 한국 증시에 입성하는 첫 싱가포르 기업이자, 시가총액 특례로 상장하는 첫 외국 기업이 될 전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은 이르면 이달 말 중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상장 승인을 받는 대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해 올 하반기 중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노린다. IPO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KB증권이다.
본래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은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노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받은 기술평가 성적표가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는 전문평과기관 2곳에 기술평가를 의뢰해 각각 A와 BBB 등급을 받았다. 국내기업이었다면 충분한 점수였지만 외국기업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하기 위해선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각 A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한다. 두 기관의 평가 결과가 2등급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엔 6개월 후에나 다시 기술평가를 신청할 수 있어, 결국 6개월을 기다리는 대신 유가증권 상장을 노리게 됐다는 것이 IB 업계의 설명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이 시가총액특례제도를 통해 유가증권에 입성하기 위해선 거래소 규정에 따라 6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 회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은 지난해 국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으며 900억원을 투자 받았다”며 “시총요건으로 유가증권에 상장하는 데 큰 애로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특례 1호로 2016년 유가증권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당시 예상 시총은 10조원이었다. 올 상반기 중 시가총액특례로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SK바이오팜의 예상시가총액은 5조원이다. 올 하반기 중 이 회사가 유가증권에 입성하면 시가총액 특례 제3호기업이 되는 셈.
프레스티지바이오팜은 싱가포르에 설립된 바이오시밀러 업체다. 지난해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 먼디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데 이어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 치료에 사용되는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 라이선스도 확보했다.
이 회사의 계열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또한 미래에셋대우와 유안타증권을 IPO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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