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민간 첫 이익공유제…대리점에 영업익 5% 나눠준다

입력 2020-05-06 17:47   수정 2020-05-07 02:07

남양유업이 민간기업 중 최초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한다. 2016년 대리점에 지급하는 위탁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내렸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이후 회사가 제출한 자진 시정방안이다. 남양유업이 향후 5년간 농협과의 거래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5%를 하나로마트 대리점 200여 곳에 나눠 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조사하는 기업이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하면 이를 지키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남양유업은 2016년 농협하나로마트에 자사제품을 운송·진열하는 대리점들의 동의 없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2%포인트 인하해 대리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이듬해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가 공개한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남양유업 본사는 2025년까지 △농협 위탁거래에서 생기는 영업이익의 5%를 하나로마트 대리점에 나눠 주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대리점 위탁수수료율을 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며 △대리점 단체활동을 보장하고 활동비를 지급해야 한다. 협력이익공유제에는 업황 악화 등으로 이익이 전혀 나지 않더라도 최소 1억원은 하나로마트 대리점과 나누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한 건 ‘갑질 논란’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말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한 폭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이번에 또다시 공정위 징계를 받으면 이 같은 이미지가 더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은 경제계가 그간 도입에 반대해 온 협력이익공유제를 먼저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11월 정부와 여당은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추진하다가 산업계와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에선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동의의결을 성실히 수행해 대리점주와의 상생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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