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자·법정관리 때만 의결권 행사"

입력 2020-05-06 17:28   수정 2020-05-07 01:48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자본을 줄이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만 정부가 기금을 통해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주요 지원 대상은 항공과 자동차 등 7개 업종으로 결정됐다.

금융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의 ‘경영 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고, 지원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의결권 행사는 최소한으로”

4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 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는 기간산업 보호가 목적이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산은법 개정안은 기금이 보유한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면서도 해당 기업이 자금 지원 조건을 크게 어겨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일 때는 예외를 허용했다.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에서 자금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무엇인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자본 감소(감자)나 주식의 액면미달발행 등 주식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 이뤄졌을 때다. 다른 하나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받아 구조조정 절차를 밟기로 했을 경우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기금이 납세자의 부담으로 조성되는 만큼 기금 재산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은 지원 업종을 △항공운송업과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 △해상운송업, 항구·해상 터미널 운영업, 수상 화물 취급업 △기계·장비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선박·보트 건조업 △전기업 △전기통신업 등으로 구체화했다. 정부는 당초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7대 기간산업을 나열했지만 산은법에는 국민경제와 고용안정,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위산업체, 외국인 투자제한 업종 등으로만 적혀 있다. 7대 업종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의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금융위가 새로운 업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유 화학업종 등도 이런 절차에 따라 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7명의 위원으로 운용심의회 구성

기금운용심의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 가운데 한 명이 위원장을 맡는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기재부·산업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각각 1명을 추천하며 금융위원장이 위촉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임직원 가운데 한 명을 지명할 수 있다.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에서 위원 추천권을 갖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심의회 안에서 정치적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경제 논리가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첫 번째 지원 대상으론 대한항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워진 기업들에 대해서는 채권은행 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대한항공은 기금 설치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행령은 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된다.

박종서/임현우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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