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줄어든 섬유업계가 휴·폐업 위기를 맞은 가운데 작업 현황을 담은 앱을 개발해 개방함으로써 오히려 수주를 늘린 섬유기업이 있어 화제다. 이 회사는 생산 현황을 거래 업체와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의 사이징 전문기업인 세아섬유(대표 배은숙)는 사이징 작업 현황과 보유한 원사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을 개발해 지난달 초 공개했다. 이 회사는 이후 주문 물량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사이징은 제직이나 염색을 위해 원사에 풀을 먹이는 전단계 공정이다.
사이징 가공이 필요한 업체들은 앱스토어(안드로이드용)에서 ‘세아섬유’ 앱을 무료로 내려받으면 세아섬유의 사이징 작업 현황과 일정, 회사가 보유한 원사의 종류와 굵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고 주문할 수 있다. 사이징을 맡기는 업체는 500~2000야드 등 소규모 사이징 물량을 주문하면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앱을 통해 여러 업체가 물량을 모으면 비용을 3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배은숙 대표는 “작업계획을 공유해 사전에 업체의 주문을 일괄적으로 받아 처리함으로써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량 주문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생산이나 시제품 개발을 포기했던 기업들이 마음껏 신제품 기획과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이런 앱의 필요성을 3년 전부터 느끼고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회사 상황을 경쟁사에 모두 드러내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앱 공개 일정을 앞당겼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한 해외에서의 주문이 줄면서 회사마다 일감이 줄어들었고 사이징 물량도 과거보다 감소해 공정 전체를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이징이나 염색 등 생산라인 전체를 한 번 돌리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 적은 양을 소화할 수 있는 사이징 업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제직·염색·사이징 업체가 휴업하고 있지만 세아섬유는 아직까지 휴업 없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앱을 통해 작고 다양한 주문 물량을 모은 덕분이다.
섬유업계는 세아섬유의 앱 개발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은 “작업 공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을 개발해 공개한 것은 섬유업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런 혁신적인 시도는 모두가 윈-윈 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아섬유는 개발한 앱을 지난 3월 특허출원했다. 1968년 5월 창업한 세아섬유는 2세인 배 대표가 2017년 대표를 맡았다. 종업원 25명에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달성한 중견 사이징 기업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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