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유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던 박쥐 전문가 스정리(石正麗·55) 연구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 연구원은 박쥐와 관련된 바이러스 연구에 일생을 바쳐왔다. 그는 박쥐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균주를 채취해왔으며, 2004년 중국 남부 윈난성의 박쥐 동굴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하기도 했다. 스 연구원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전이됐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앞장섰다.
스 연구원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초기 감염자들로 지목된 우한시장 근로자 6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코로나19 확진자의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들 바이러스의 DNA 구조가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 DNA 구조와 96% 일치한다고 밝혀냈다.
스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유출설이 확대되면서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비밀 문건을 들고 유럽으로 도주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 연구원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나는 가족과 잘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외 도주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우리 마음속엔 과학에 대한 굳걷한 신념이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그를 '배트우먼'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은 증거가 있다며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팀을 이끌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박쥐에 있는 바이러스나 지금 나와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조작될 수 없다는 쪽으로 강하게 기운다"고 말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1956년 설립됐다. 이 연구소가 2015년 문을 연 국립생물안전실험실은 국제 기준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은 병원체를 다루는 4단계 생물안전성표준(BSL-4) 등급의 중국 유일 시설이다. BSL-4 실험실은 세계적으로 54개뿐이다. 그러나 실험실이 코로나19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우한 화난수산시장과 20마일(약 32㎞) 거리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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