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오는 7일 5차 정례회의를 갖고 관련 내용을 토의하고 추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1류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 "그간 저와 삼성은 승계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 관련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제 아이들에게도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반성했다.
무노조 경영에 대해 이 부회장은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민사회소통과 준법 감시에 대해선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며 우리 사회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5차 정례회의에서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신고와 제보를 받기 위한 홈페이지에 접수된 일부 제보를 논의하기로 했던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도 함께 다루기로 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내일 회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체제 감시를 위해 삼성 내부에서 지난 1월 태동된 독립조직이다. 앞서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3차 회의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 7개 관련사에 위원회가 3대 삼성 개혁안건으로 선정한 '경영권 승계·노조·시민사회 소통'과 관련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권고안을 보냈다.
특히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에게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삼성의 불법 이슈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 삼성 측의 답변 시한을 30일 뒤인 지난달 10일까지로 정했다.
이후 사과 방식과 내용을 두고 고심하던 삼성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라 삼성그룹 전사의 경영환경이 위기에 처했으며,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위한 절차 준비가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1개월 연장을 요청했고 준법감시위는 이를 받아들여 답변 시한은 오는 11일까지 연장됐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일 준법감시위의 정례회의 일정이 잡혀 있고, 한 차례 답변을 미룬 바 있어 이날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파기환송 선고 직후 "과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고, 지난해 12월 노조 와해 혐의 유죄 판결을, 올 2월엔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무단 열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한 바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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