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공매도에 물린 월가, 그래도 공매도하는 이유

입력 2020-05-07 08:25   수정 2020-05-07 11:54



월가에서는 요즘 재미있는 보고서가 많습니다.

뉴욕 증시가 다우지수 기준 2월19일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3월23일까지 단기간에 37% 폭락했고, 이후 다시 그 하락폭의 60% 이상을 순식간에 회복했으니까요. 게다가 실물경제는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으며 한 달에 2000만명이 넘는 실업자를 양산했지만,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기술주들이 강하게 주도하며 올들어 플러스로 전환하기 직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백가쟁명식으로 증시의 다음 경로를 진단하는 보고서가 많습니다.



오늘 재미있는 보고서 두 개를 봤습니다.

먼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라르 우다드 전략가의 보고서는 우울합니다.
그는 "미 경제 재가동 소문에 사라"면서도 "경제에서 실질적 공포가 불거지기 전에 팔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말하는 매도의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랠리를 부르는 부양책 추진 소식
② 백신 개발 뉴스(몇 주 뒤면 개발 완료까지 멀리 떨어져있다는 실망스런 사실을 알려줄 것처럼 보이는)
③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
④ 예산 긴축이 필요하다는 혼란스런 주장들

우다드 전략가의 주장을 검점해보겠습니다.

미국 경제는 단계적 재가동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40여개주가 재개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자택대기령을 내렸던 캘리포니아주가 이번 주 금요일부터 꽃집 서점 등 일부 사업장 영업 재개를 허용했다는 소식에 어제 뉴욕 증시가 올랐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아직 신규 환자 증가세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사망자도 뉴욕 등 초기 집중지역에서는 조금 줄었지만 노스다코타 등 많지 않았던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캘리포니아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2603명이 발생해 하루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CHS)의 수석 연구원 케이틀린 리버스는 미 하원 예산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내가 아는 바로는 (백악관이 제시한)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주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과 달리 경제 재개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강합니다.

① 랠리를 부르는 부양책 추진 소식

기업들의 해고와 파산 소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오늘 임시휴직이 이제 무한휴직이나 해고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잉, US스틸, GE, 알코아 등 대기업부터 에어비앤비, 우버 등 테크기업까지 총망라됩니다. MGM은 직원 6만3000명에게 해고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날 발표된 ADP 집계 4월 민간고용이 2023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온 이유입니다.



블룸버그의 또 다른 기사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기업들을 모아봤더니 42%가 투자 감축, 27%는 주주보상 감축, 17%는 크레딧라인을 통한 대출 확보를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각각 25%와 11%, 7%보다 약 두 배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다보니 의회와 행정부는 벌써 3.5차 부양책까지 발표했지만 추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추진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까지 겨냥해 급여세, 자본소득세, 기업 투자비 공제 확대 등 감세 카드를 꺼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각주의 모자란 재정을 지원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② 백신 개발 뉴스

이날 화이자가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에 들어가는 등 긍정적 뉴스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첫 임상입니다. 초긍정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빌려도 백신 개발은 빨라야 올해 말입니다.

그동안 인류가 세운 백신 개발의 기간 신기록은 4년입니다. 개발이 빨리 완료된다해도 수억개를 양산해 접종까지 하려면 대략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③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

경제 봉쇄 두 달만에 공급망 혼란은 심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육류와 우유 공급망까지 흔들리면서 코스트코 등은 일일 판매 갯수를 손님 당 1개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웬디스는 수백여개 점포에서 고기 부족으로 햄버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세계적인 농업수출국인 미국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겁니다.

미국에선 육류 가공공장의 직원들이 대거 감염된 것으로 나오면서 절반 가량의 시설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국 19개주, 115곳에서 5000여명의 근무자가 감염됐습니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의 아이오와주 공장에선 근로자의 58%가 감염자로 나왔습니다. 이렇게 육가공 시설에서 감염률이 높은 건 불법이민자, 소수민족 등이 상당수 일하기 때문입니다.

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행정명령을 내려 육가공시설 재가동을 명령했습니다. 농무부 장관은 열흘 안에 생산이 모두 재개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공장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결근자, 휴가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급망 혼란은 육류산업뿐일까요? 육류산업은 지금 가동되고 있어 드러날 뿐입니다. 경제가 재개되면 곳곳에서 감염과 부도 등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④ 예산 긴축이 필요하다는 혼란스런 주장들

이날 아침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재무부가 부양책 재원 마련을 위해 전 만기 구간의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하고 특히 장기물 발행을 늘리는 쪽으로 자금 조달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탓입니다. 특히 오는 20일 20년물 국채를 시장 예상을 넘어선 200억달러 규모를 신규 발행하기로 하자 그 영향으로 10년물 국채는 한 때 연 0.74%까지 뛰었습니다.

Fed가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는 와중이어서 수요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물론 이날 Fed는 즉시 20년물 국채를 매입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게다가 어제자로 미국의 국가부채는 총 25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4월7일 24조달러를 넘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1조달러가 늘었습니다.



워낙 경제가 위중한 탓에 예산 긴축을 위한 요구는 현재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한계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고객과의 통화에서 "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지만 각 산업을 살리기 위한 부양책을 집행하기 위해 (미 정부가) 세금을 인상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업들의 대규모 줄도산과 수요 급감에 대응하려면 35%에서 21%로 낮춘 법인세를 내년 28~29%로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입니다.
그는 법인세뿐 아니라 개인 소득세도 인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본다면 주식을 산다해도 '단타'를 치거나, 이미 매도에 나서야하는 상황입니다.

실제 월가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우울한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공매도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이들이 많습니다.

Fed의 무자비한 개입에 지난 3월23일을 바닥으로 금융시장 강세가 지속됐으니까요.



하지만 공매도는 여전히 많습니다. Fed의 무제한 발권력을 감안한다해도, 이런 침체 상황에서 뉴욕 증시가 추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JP모간은 지난 4일 한 보고서에서 "여전히 공매도 비중이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주가지수펀드(ETF)에 대한 공매도 이자율이 6.4%로 지난 2월말 6%대로 치솟은 뒤 지금도 내려오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음을 뜻합니다.



JP모간은 "이런 많은 하락 베팅이 다음 랠리를 이끌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이들은 또 다시 숏스퀴즈에 몰리게 되면서 숏커버링이 지수를 급등시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번 랠리에서 이같은 숏커버링은 부지기수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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