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뮨메드 "코로나 치료 후보물질 첫 해외 공급"

입력 2020-05-07 18:08   수정 2020-05-08 01:55

바이오벤처 이뮨메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HzVSF’를 오는 7월 이탈리아에 공급한다. 현지의 중증 환자들에게 투여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가 해외 환자 치료에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사진)는 “이달 중 이탈리아 의약품청(AIFA)에 치료 목적 사용 승인 신청을 하고 7월께 HzVSF를 현지 의료기관에 공급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뮨메드는 현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약물 공급 요청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북미, 동남아시아 등 5개국과도 HzVSF 공급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보통 수십 명 분량의 약물 공급 요청이 병원, 정부기관, CRO 등에서 오고 있다”며 “유럽, 북미 등은 무료로 공급해 환자 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동남아 지역에는 판매하려고 한다”고 했다.

HzVSF는 이뮨메드가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이다. B형 간염으로는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HzVSF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발현되는 수용체를 인지해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단백질이 세포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 이뮨메드는 HzVSF가 바이러스를 제거할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폐, 심장 등 장기에 일으키는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HzVSF는 새로운 기전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이라며 “항바이러스 효과도 중요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을 개선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HzVSF에 코로나19 환자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내줬다. 서울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7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4명에게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초기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결과가 좋았다”며 “이 데이터를 가지고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승인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뮨메드는 그동안 환자마다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지난달에 2인 이상 24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다시 받았다. 현재 병원 세 곳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승인이 나면 중증 환자들에게 투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7월께 코로나19 임상 2상을 시작한다. 이탈리아에서도 임상 2상을 추진 중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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