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타트업에 밀린 골리앗 기업들…잘하는 것에 집중하라

입력 2020-05-07 17:34   수정 2020-05-0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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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는 비디오를 빌려준 후 받는 ‘연체료’라는 추가 이익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연체료 없는 월정액 서비스’를 내세운 넷플릭스에 무너졌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필름산업을 지키기 위해 제품의 상업화를 포기했다. 이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거대한 ‘골리앗’들은 디지털 변화와 함께 등장한 ‘다윗’들에 무너지고 말았다.

《골리앗의 복수》는 디지털 혁신을 내세운 스타트업에 밀리고 있는 기존 골리앗 기업들이 전세를 역전시킬 방법을 소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성장전략 전문 컨설턴트 토드 휴린과 와튼스쿨 맥센터 선임연구원인 스콧 스나이더가 함께 썼다.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디지털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 기업들은 부족한 상상력과 기술 때문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평균’의 사고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란 희망에 매달려 있다. 아쉽게도 이제 ‘평균’은 어떤 힘도 갖지 못한다. 이들은 “거의 모든 산업이 디지털 역량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양분되고 있다”며 “그 중간은 비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골리앗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크라운 주얼(crown jewel)’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크라운 주얼은 기업의 인수합병 시 매수 대상 회사의 자산 가치, 수익 가치, 사업 전망 등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가리킨다. 이 책에선 회사가 골리앗의 복수를 달성하는 시발점이 될 가장 중요한 역량이나 핵심 자산을 뜻한다. 저자들은 “크라운 주얼은 기성 주자들이 지닌 이점의 근원으로, 방어 모드에서 공격 모드로 변화하는 기본 발판이 된다”고 주장한다.

크라운 주얼은 총 일곱 가지다. 자금 조달이 가능한 구조, 탄력적인 브랜드 가치, 기존 고객 관계, 설치 기반, 데이터, 특허, 업계 표준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각 기업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크라운 주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러고 나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복수에 돌입해야 한다. 큰 혁신과 작은 혁신을 동시에 실행하고, 데이터를 화폐처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외부 혁신 인재를 영입하고, 디지털 인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애플은 두 제품의 기술을 2007년 거의 동시에 완성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출시를 미뤘다. 아이폰이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삶의 패턴 자체를 바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변화를 기다리면서 앱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아이패드는 2010년에 출시돼 큰 성공을 거뒀다. 아이폰으로 이미 애플이 마련해 놓은 새로운 생태계에 진입한 소비자는 아이패드 사용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저자들은 말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멀리서 봐야 한다. 디지털 파괴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다음달, 다음 6개월, 또는 1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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