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 1분기 45조3000억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5조3000억원 적자를 냈다. 그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25조200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3월 한 달간 관리재정수지는 24조4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우선 세금 수입 감소 때문이다. 올 1분기 국세 수입은 69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달 감소폭만 6조원에 이르렀다.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1998년, 2009년, 2013년, 2019년 네 번뿐이다. 감소폭이 가장 컸던 건 2009년의 2조8000억원이다. 올해는 불과 3개월 만에 세수 감소폭이 2009년의 세 배로 커졌다.
문제는 아직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세수 부진은 법인세가 전년보다 6조8000억원 덜 걷힌 탓이 크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올 재정적자 130조원 넘을 수도
코로나 타격 지난달부터 본격화…세수 더 줄고 지출 확대 불가피
법인세와 함께 3대 국세로 꼽히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소득세는 1분기 실적(22조2000억원)이 작년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14조9000억원)는 줄었지만 감소폭이 1조2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 세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 가계 소득 감소 등이 본격화한 4월부터는 수입 부진이 커지리란 전망이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영향은 4월부터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 수입에 세외수입, 기금수입, 세입세출 외 수입을 반영한 총수입은 1~3월 119조5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나랏돈 씀씀이는 확 늘었다. 정부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올해 편성된 예산을 연초에 집중 집행하고 있어서다. 1분기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조5000억원 증가했다. 수입이 주는데 지출은 늘어나니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대규모 재정 적자는 작년부터 예고된 것이긴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며 연간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71조5000억원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후로 전망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올해 재정 적자 전망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면서 89조4000억원까지 불었다. 여기에 다음달 발표할 3차 추경이 더해지면 12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세수 부진이 깊어지면 130조~140조원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고스란히 나랏빚 증가로 이어진다.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로 최악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재정건전성 악화는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너무 재정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이나 노동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면 세입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최 교수는 “내년 이후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 이후에는 증세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며 “세수 증대 없는 재정 지출 확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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