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새로운 양상이 될 미·중 무역전쟁

입력 2020-05-08 08:57   수정 2020-08-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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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은 최근 월가의 또 다른 골칫거리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침체가 될 지, 공황이 될 지 알 수 없는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의 관세전쟁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고 있는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은 소비 수요 감소를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사력을 다해 막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관세전쟁을 재개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압박해 1단계 무역합의에 규정된 농산물 구매를 강제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에 대해 엇갈린 시각이 존재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CNBC 방송과의 인터뷰는 후자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중 공격의 선봉에 서온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하고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3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선의를 가지고 이 문제들에 대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밤 블룸버그통신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무역합의 이행과 관련해 이르면 다음 주 통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르면 류 부총리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6개월에 한 번씩 만나 진전사항을 논의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1월15일에 합의에 서명한 것을 감안하면 예정보다 두 달 빨리 협의에 나서는 것입니다.



1단계 무역합의상의 중국의 구매약속은 코로나19 사태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관세당국의 4월 무역통계를 보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지난 1~4월 전년 동기에 비해 3%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2000억달러 추가 구매를 해야할 판에 오히려 감소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6일 “1~2주내에 중국이 무역합의를 지키는 지 데이터를 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합의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믿는다면 합의는 종결될 처지입니다.

하지만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양국이 계속 협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살려놓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내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위가 상처를 받은 상태로 안다"면서 "미국이 시 주석의 체면을 잃지 않게 해준다면 중국도 농산물 구매를 늘리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양상은 기존과는 다를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지난 2년간 온갖 관세를 동원해 중국을 윽박질러왔지만, 실질적으로 거둔 성과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600억달러 가량 감소했지만, 다른 나라로의 수출은 700억달러가 늘어나 전체적인 수출은 0.5% 증가했습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에 간접 수출한 것이란 진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관세를 때려도 그만큼 위안화가 절하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연유로 이번에는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에 다자적 접근법을 찾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주 일본과 한국, 호주, 인도, 베트남 등 우호적 국가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새로 짜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로 이뤄진 '글로벌 번영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을 줄이기 위해 관세만 동원할 게 아니라,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개편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백악관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이나, 혹은 동맹국으로 이전할 경우 그 비용을 공제해주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 경제대책의 하나로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한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도록 유도)’ 정책을 내놓은 것도 미국 정부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 정책은 중국 내 일본 기업들의 공장이 유턴할 경우 이전 비용의 3분의 2까지 정부가 대주는 게 핵심입니다.



무역합의로 미뤄졌던 대중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가능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비춰보면, 새로운 전쟁은 충격적 방법을 동원하기보다는 공급망 자체를 중국에서 빼내어오는 중장기전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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