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총수요관리정책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만 유발한다"…케인스의 '보이는 손' 한계 지적하고 정부 개입 최소화 강조

입력 2020-05-11 09:01  

“미국의 대공황은 몇몇 사람이 그 나라의 통화제도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때 그들의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징표다.”

“최저임금법에 무슨 효과가 있다면 이는 분명 빈곤을 증대시키는 효과일 것이다. 최저임금제도 도입으로 실업률은 더 올라가게 된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1960년대까지 세계 경제학계는 케인지언(Keynesian·케인스학파)의 시대였다. 불황기에 케인스가 주창한 정부의 재정정책은 자본주의 부흥을 이끈 ‘보이는 손’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1962년)에서 케인지언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부의 확대, 그리고 복지국가와 케인스주의적 발상의 승리가 자유와 번영에 끼칠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예견대로 1970년대 들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역관계(필립스 곡선)라는 기존 관념을 깨뜨린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하고, 정부 개입의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구적인 명저로 평가받게 됐다.

프리드먼은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민 온 가난한 유대인이었다. 그는 1946년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부터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1976년 소비분석, 통화이론 등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케인지언으로 유명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은 “케인스가 20세기 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면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는 프리드먼”이라고 했다.

“재정정책은 인플레이션만 유발”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시장의 불안정성이 대공황을 불러왔다”는 당시의 통념을 뒤집었다. 시장이 아니라 미 중앙은행(Fed)의 부적절한 통화 긴축이 원인이 됐다는 점을 실증했다. 그는 “미국의 대공황은 민간기업 경제 본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는커녕 몇몇 사람이 그 나라의 통화제도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때 그들의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안정적인 동시에 정부의 무책임한 간섭에서도 자유로운 통화제도’를 고민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통화당국이 안정적 물가 수준을 유지하도록, 통화량의 특정한 증가율을 지키도록 하는 준칙을 법제화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통화주의자들은 장기적으로 완만한 통화량 증가를 경제 안정의 제1 덕목으로 꼽고 있다.

당시에는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실업률을 낮추려면 인플레이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역관계라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다. 프리드먼은 케인지언의 “총수요관리정책은 장기적으로 경기 변동성을 크게 하고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지출 증가는 화폐소득을 증가시킬지 모르지만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은 증가하지 않아) 민간 지출은 변하지 않는다”며 “재정정책 효과에 대한 견해들은 경제학적 신화의 일부이지 분석이나 계량적 연구로 입증된 결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의 혜안은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하면서 입증됐다.

프리드먼은 개인의 선택과 자본주의적 경쟁으로 구성되는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적 자유도 경제적 자유가 촉진한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자유를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만약 자유인이라면 무엇보다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자유를 파괴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덧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권력의 집중이라는 것을 우리들의 이성이 말해주고, 역사가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당시 정부 주도의 정책들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연금보험 의무화 및 국영화에 대해 “정부가 시장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공기업이 다른 기업과 공개경쟁을 통해 연금을 유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특정 직업군이나 연령 집단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대신 음소득제(negative income tax: 면세점 이하 소득자에게 정부가 부족분의 일정률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가 시장을 왜곡하거나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법을 “선의의 지지자들이 품은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정책의 가장 명백한 사례”로 들었다. 그가 지적한 최저임금에 대한 견해는 요즘의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최저임금법에 무슨 효과가 있다면 이는 분명 빈곤을 증대시키는 효과일 것이다. 최저임금제 도입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실업률을 더 올라가게 한다. 최저임금제로 인해 실업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야말로 최저임금제 도입 이전에 벌었던 소득을 포기할 여력이 가장 작은 사람들이다.”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장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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