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 골퍼 사이에서 ‘국민 골프송’으로 불리는 트로트 가수 차오름(사진)의 노래 ‘오빠는 골프스타’의 일부분이다. 나이 불문하고 스코어 하나로 대동단결하는 전국 ‘백돌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사로 눈깜짝할 사이에 폭풍 인기를 끌어모았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공개 한 달 만에 50만 회를 돌파했다. 100만 조회수를 넘는 ‘밀리언 히트’도 시간문제다. 작곡, 비디오 제작은 그가 직접 했고, 가사는 ‘자랑스러운 백돌이’를 자처하는 매니저의 경험을 토대로 지었다.
8일 만난 차오름은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힘 빼고 만든 건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자 행사 섭외가 조금씩 들어오는데, 대부분 골프장 이벤트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사실 골프는 내게 애물단지 같은 존재인데, 이렇게 봄날을 가져다줄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데뷔 3년 차 가수 차오름의 원래 직업은 프로다. 2017년까지 본명 김성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는 골프계에서 꽤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원턴(one-turn) 스윙’ 이론을 개발해 한 외국 대학에서 스윙 이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몸통 스윙의 한 갈래인 이 교습법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클럽을 잡지 않고 몸의 회전 운동을 반복해 기본기와 골프의 원리를 쉽게 익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상하체를 굳이 분리해 움직이지 않고 한 번의 몸통 회전으로 스윙이 완성되는 장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턴 스윙이 탄생한 배경에는 그의 다사다난한 인생사가 자리잡고 있다. 골프 연습장에서 일하던 1988년 그는 골프 연습장 그물을 손보러 철탑에 올라갔다가 10m 높이에서 떨어졌다. 골반과 어깨가 모두 부서졌다. 2007년에는 충북 보은에서 레슨 후 오토바이를 타고 청주로 이동하다 벼락을 맞아 미끄러지면서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9일 만에 의식을 되찾은 그는 몸 왼쪽에 열 개가 넘는 철심을 박아야 했다. 그는 “아직도 정상인 대비 80% 정도밖에 감각을 못 느낀다. 노래를 부를 때나 스윙 레슨을 할 때 제스처는 대부분 오른손, 오른팔로만 한다”고 했다.
사고 후유증을 고치기 위해 태국, 피지 등 따뜻한 나라를 오가며 재활 치료를 하다가 고안한 게 바로 원턴 스윙. 그는 “몸을 제대로 못 쓰다 보니 팔로만 스윙을 했는데, 팔을 안 쓰는 스윙법을 찾다가 개발한 게 원턴 스윙”이라고 소개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소리꾼’이던 아버지의 반대로 어릴 때 접은 가수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지방 행사를 전전하다 가수 송대관의 눈에 띄었다. 송대관의 도움으로 꽃을 피웠다.
2018년 ‘노란 신호등’으로 데뷔한 그는 ‘은실아’를 내세워 이름을 알렸고 ‘오빠는 골프스타’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차오름은 “나를 항상 좌절케 했던 골프가 결국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골프고 인생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인생은 ‘보너스’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많은 부분을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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