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지금 통합당에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과제는 당의 정체성부터 찾는 것이다. 통합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을 비롯, 몇몇 보수 정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수’와 ‘정권 심판’이라는 것 말고는 뚜렷하게 내세우는 이념도, 뾰족한 정책도 없었다.
총선공약집을 봐도 경제 운용 등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정부 정책을 뒤집는 ‘뒷다리 잡기’식 공약과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을 섞어 놓은 듯했다. 그나마 당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우왕좌왕했고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20대 국회 활동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기득권 지켜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타다 금지법’ 통과에 일조했고,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큰 ‘유치원 3법’ 통과도 막지 못했다. 총선 직전에는 여당보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는 포퓰리즘성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책 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유권자들은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굳이 통합당에 표를 줄 이유를 찾기 힘들어졌다. 마침 여당이 들고나온 ‘야당 심판론’까지 겹치면서 총선 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통합당은 이제부터라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103석으로 의석이 줄었지만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새 원내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과 이념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정책 수립과 원내 투쟁에서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주 신임 원내대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집권의 길이 열리고 여당과 차별화도 할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은 물론 통합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막연한 ‘보수’의 간판 아래 영남 고정표에 기대어 선수(選數)나 더 쌓으려는 ‘웰빙 정당’ 방식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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