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파라다이스'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카지노·복합리조트 운영 업체 파라다이스 얘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업종을 뒤덮고 있지만 카지노·복합리조트는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파라다이스는 전국에 총 4개 영업장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입니다. 카지노업계에는 2014년부터 악재가 이어지고 있죠. 2014년엔 중국의 반 부패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고, 2015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7년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 고조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습니다.
2018년 이후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일본 고객을 유치하고 지난해엔 복합리조트를 선보이면서 신규 고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됐습니다. 추세 전환하는 듯 했죠.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2017년 6670억원이던 매출은 2018년엔 7876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9794억원으로 1조원 달성을 눈 앞에 두게 됐거든요.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됐습니다. 국내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 3월 방문객이 급감한 데 이어 정부 권고에 따른 영업장 휴장이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이후엔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시행으로 사실상 카지노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지난달 파라다이스의 카지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1% 줄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가 앞으로 약 6개월간 지속된 후 완만한 회복세를 띤다면 올해 파라다이스의 매출이 작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할 수 있고요.
파라다이스는 장충동 사옥 리모델링을 유보하는 등 악화된 영업 환경을 감안해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실적 저하에 따른 자금 부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리스회계까지 바뀌면서 부채규모까지 늘었거든요. 국내 신용평가사는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되면 파라다이스의 올해 매출 감소 폭이 30~40%를 웃돌고 부채비율도 1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는 국내 체류 외국인 고객이 아닌 해외 방문 고객을 주요 고객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해외 입국자 격리 조치로 인해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카지노 외에도 스파나 부산의 특급호텔 등으로 사업을 넓혀 놨지만 당분간 부진을 면하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올해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단 의미입니다. 물론 카지노 사업은 관광진흥기금이나 개별소비세 등 매출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변동비 비중이 40%에 달합니다. 하지만 호텔이나 리조트 등 카지노 외 사업의 고정비 부담을 감안해 올해 외형 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가 점쳐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파라다이스의 재무안정성 개선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신규 사업 정상화를 통해 그간 확대된 차입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였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파라다이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파라다이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고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파라다이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최근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현재 파라다이스의 신용등급은 A+입니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과거엔 무차입 경영을 지속했지만 2014년 파라다이스시티 착공 관련해 외부 차입을 확대했다.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도 나빠졌다. 코로나19로 영업실적 위축이 예상돼 재무안정성 개선이 단기간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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