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개미’ 투자자들에게 자산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사안 중 하나는 국제유가 전망 아닐까요. ‘동학 개미운동’이 본격화된 3월 이후 월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3월에는 삼성전자(4조9587억원)가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하지만 4월에는 KODEX WTI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1조2763억원)에 선두 자리를 내줬습니다. 조정장 초기 삼성전자에 진입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원유 관련 금융투자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는 게 일선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설명입니다.
지난달 20일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40.3달러로 추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원유시장은 이후 서서히 반등해 20달러대를 회복하는 등 안정을 되찾는 흐름입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중장기 유가전망을 잇따라 내놓아 관심을 끕니다.
전세계 상품·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각은 언제나 주목해야할 대상입니다. 글로벌 자금이 이들의 전망에 근거해 이동방향을 정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① 골드만삭스 “내년에 배럴당 50달러 돌파”
골드만삭스는 WTI 가격이 2021년에 51.3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이전 전망치(48.6달러)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현재 가격(지난 8일 기준 24.7달러)의 2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 글로벌 헤드는 “6월1일부터는 원유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며 “다만 국제 유가의 이른 시간 내 강력한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며 이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시점에 공급이 다시 증가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연말까지는 수요가 계속해서 억눌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UBS “연내 43달러까지 오를 듯”
원유시장의 수요·공급이 3분기에 균형을 맞춘 뒤 4분기에 공급부족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UBS의 예측입니다. 이로 인해 브렌트유가 올해 말까지 43달러, 내년 중반까지 55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UBS는 북미와 남미에서 원유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2분기에 하루 약 600만 배럴의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수요는 하반기 내내 완만한 회복이 이어질 것이란 게 이들의 관측입니다.
③ JP모간 “2년 내 100달러 회복”
JP모간의 전망치는 골드만삭스?UBS에 비해 다소 신중합니다. 연말까지 국제 유가 예측치로 35∼4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 전망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향후 2년 이내에는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쇼크’ 이전 수준인 100달러선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JP모간은 하반기에는 현재의 원유 공급과잉이 공급부족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이스 창 JP모간 상품담당 애널리스트는 “의미 있는 가격 상승이 이뤄지려면 아직 없어져야할 원유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국제 원유시장이 변곡점 초입에 진입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④ 모건스탠리 “4분기 배럴당 35달러 도달”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4분기에 배럴당 35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전망치입니다. “최악의 시간은 지났지만, 회복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입니다.
글로벌 증권사들의 시각을 종합해보면, 골드만삭스와 UBS가 매우 긍정적이고, JP모간과 모건스탠리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어떤 증권사라 하더라도 원유시장이 ‘바닥’을 지났다고 하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들의 전망이 현실화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장 신중한 전망치(연말까지 35달러)를 적용해 봐도 연내 투자원금 대비 40%가량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입니다.
지난달 미증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확인했듯 원유는 다른 어떤 자산보다 변동성이 심한 투자대상입니다. 하지만 ‘바닥’을 단단히 다지고 있는 현 수준의 가격대라면 앞으로 상당 수준의 수익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도 포트폴리오 구성 시 염두에 둘만 할 것입니다.
다만 회복이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표가치가 0이 돼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레버리지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은 당분간 피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굳이 국제유가 수익률의 2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장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일반적인 형태의 인덱스펀드를 가입하거나, 어렵더라도 원유선물을 직접 거래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유가가 이미 급락해 있어 조금만 내려도 녹인(손실 가능 구간 진입) 가능성이 커진 파생결합증권(DLS)도 지금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DLS는 현재 WTI가 24달러대인 만큼 통상 가입 시 기초자산의 50∽60%로 설정돼 있는 녹인 배리어를 감안할 때 12∽14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손실 가능 구간에 접어들게 됩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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