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 선물 간접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제유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미래 국제 유가를 점칠 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예언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입니다. 과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예언이 수차례 적중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고서를 쓴 아준 머티 원자재 수석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수년 뒤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절반인 50달러대이던 때였으니, 많은 동료 전문가로부터 “황당하다”며 비웃음을 샀죠.
그런데 놀랍게도 유가는 그의 예언대로 2008년 14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예지력에 감탄한 일부 언론은 고대 그리스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예언자’를 뜻했던 ‘오라클(oracle)’이라고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가 급등락 상황에서도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브렌트유가 배럴당 40달러대였던 지난 3월 8일에는 2~3분기 중 배럴당 30달러, 최저 20달러 추락을 점쳤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은 PC 시세 화면을 통해 해당 가격을 확인했죠.
그런 골드만삭스가 이번에는 원유 수요가 6월 1일까지 공급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제프리 커리 원자재 수석연구원이 지난 7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그는 “원유 수요가 V자 반등을 나타낼 것(demand will exhibit a V-shaped recovery)”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단기 유가 전망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가장 최근 공식적으로 내놓은 중기 전망은 지난 4일 기준 2021년 ‘51.38달러’입니다. 기존 예측보다 3달러 정도를 올려잡았습니다. 한두 달 전과 비교하면 전망이 상승 쪽으로 기우는 모습입니다. 작년 직원 평균 연봉 40만달러를 자랑하는 골드만삭스의 이런 예측은 이번에도 신뢰할만 할까요?
안타깝게도 사실 월가 전문가들의 유가 예측은 통계적으로 그다지 참고할 만하지 않습니다. 과거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매주 유가 설문조사를 벌였었는데요. 다음주 유가의 ‘상승 또는 하락’을 점치게 했습니다. 다수의 전망(상승 또는 하락)을 월가의 견해로 간주했을 때, 이 설문의 장기 누적 적중률은 50%에서 51% 사이였습니다. 전문가라고 해도 그 예측 능력이 동전 던지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던 셈입니다.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를 예견했던 ‘오라클’ 아준 머티 수석연구원은 달랐을까요? 유가가 130달러 수준에서 맴돌던 2008년 5월, 그는 다시 ‘2년 내 유가 200달러 시대’를 점쳤습니다. 이 예언은 우리 알다시피 결국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4개월 뒤 글로벌 원자재시장을 초토화시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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