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 보유금액이 140조원을 넘어서며 또 다시 사상 최대기록을 새로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자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들이 연일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한국 채권 규모는 140조4940억원으로 지난 3월(133조3260억원)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사상 최대금액을 기록했다. 올 들어 매월 최대기록을 새로 쓸 정도로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순투자(상환 물량보다 순매수 물량이 많은 상태)를 이어갈 정도로 최근 한국 채권을 공격적으로 담고 있다.
외국인들은 당분간 금리 하락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연일 채권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낮췄지만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이 올해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한국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0.914%로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3월17일(연 1.03%) 이후 0.116%포인트 떨어졌다.
환 헤지(위험 회피) 비용이 적게 드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원달러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지표인 원달러 스와프포인트(1년물 기준)는 낮게는 ?11원, 높게는 ?18.3원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달러로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 환 차익을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장환경 아래에서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만기 1년 미만인 한국 채권 5조2000억원어치를 순투자했다. 2008년 4월(3조2000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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