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혼란을 겪을 시민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를 전하는 말은 설명자료에 한 마디도 담지 않았다. 대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요청에 따라”라는 변명과 “긴급재난지원금을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많이 신청해달라”는 당부만 덧붙였다.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려던 시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접수 3시간 전 1주일을 더 기다리게 됐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서울시와 행안부는 여전히 남 탓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원인 제공을 행안부가 했다고 주장한다. 11일부터 신청받기로 합의해 놓고 보도자료 배포 하루 전 시스템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접수 시점을 1주일 연기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것이다. 행안부 주장은 정반대다. 행안부는 단 한 번도 서울시에 11일부터 신청을 받으라고 허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번 사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엇박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처음 재원을 마련할 때는 예산 부담을 나눠 지는 비율이 문제였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서 전체 예산의 20%를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지자체는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부담은 왜 나눠 지느냐”고 반발했다.
중앙정부가 한 걸음 물러선 끝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번에는 지급 방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지자체는 이번 기회에 지역상품권을 활성화하고 싶었고, 중앙정부는 기존에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용·체크카드에 포인트 형식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길 원했다. 그래서 행안부는 11일 신용·체크카드 신청을 먼저 받고, 1주일이 지난 18일부터 지역상품권 신청을 받는 안을 추진했고, 서울시는 11일에 신용·체크카드와 서울사랑상품권 신청을 동시에 받는 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 ‘자강두천’이라는 말이 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의 준말로 불필요한 일에 자존심을 내세워 싸우는 모습을 나타낼 때 쓰인다. 서울사랑상품권 신청 시기를 두고 이전투구를 벌인 서울시와 행안부의 모습은 이 신조어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사례로 보인다. 결국 시민의 혼란만 가중시킨 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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