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샌드박스’ 신청 창구가 됐다. 민간이 규제 샌드박스를 주도하는 세계 첫 사례다. 모래밭(샌드박스)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기 위한 취지다.
대한상의는 12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상의 지원센터는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발전 방안’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다. 출범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기웅 위쿡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출범식은 ‘현판’ 없이 열렸다. 대신 로비에 110인치 디지털 사이니지 현황판을 설치해 규제 샌드박스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박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젊은이가 늘고 있지만 법과 제도에 막힐 때가 많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속도가 생명인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샌드박스”라며 “대한상의가 먼저 샌드박스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정부도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지원센터는 모든 정부 부처와 협력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샌드박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융합 샌드박스’, 금융위원회의 ‘금융 샌드박스’ 등을 아우른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따로 비용을 청구하지도 않는다. 관련 법령을 안내하고 서류 작성을 돕는 등 모든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무료로 지원한다.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엔 약 1억2000만원의 실증특례비와 1500만원의 책임보험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부처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게 지원센터를 설립한 1차적인 목적”이라며 “직접 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비대면 의료, 공유경제 등을 중심으로 57건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개할 순 없지만, 깜짝 놀랄 사업모델이 많다”는 설명이다. 정식 출범 이전에 들어온 신청서도 100건이 넘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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