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0여년 전만 해도 단순조립 위주였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이젠 모듈생산을 뛰어넘어 부품 생산의 내재화 단계에 이르렀다. 핵심부품 생산, 장비와 재료 개발을 통한 공정기술의 자립화가 다음 단계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제재는 이런 흐름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세 가지 분야는 아직 선진국과의 격차가 존재한다.
CPU는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SOC 등에서 개발에 성공했다. 비교적 단순한 모바일용 CPU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칩의 대부분은 대만의 TSMC에서 생산을 대행해주고 있다. TSMC는 삼성전자와 함께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을 할 수 있는 회사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TSMC 등이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 화웨이 등 규제 대상 중국 기업에 반도체 등 IT제품을 판매하는 걸 막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중국 내로 파운드리 생산 파트너를 변경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최고의 공정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는 SMIC라는 회사다. SMIC는 최근 14㎚ 반도체 공정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향후 SMIC 파운드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기대된다. 14㎚ 반도체 공정을 사용하는 화웨이나 중국 기업들은 TSMC에 넣은 주문을 SMIC로 옮기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SMIC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볼 기업이다.
우건 < JK캐피탈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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