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최대 100만원까지 주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11일 전국적으로 실수로 기부한 사례가 속출했다. 일각에선 "재난지원금 기부 유도가 스미싱(문자메시지 링크를 클릭하면 해킹하는 수법) 수준"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당초 행정안전부는 "한번 기부를 신청하면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민원이 쏟아지자 각 카드사는 당일 신청분에 한해서는 기부 취소나 금액 수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각 카드사 콜센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실수로 재난지원금 기부 버튼을 눌렀는데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면 본인 인증과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한 약관'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 마지막에 재난지원금 기부 여부를 묻는 항목이 나온다. 이때 연달아 '동의' 버튼을 누르면 무심결에 기부에도 '동의'하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카드사의 신청 페이지가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청 절차 마지막에 기부 항목이 등장하는 데다, 항목도 '전액 기부'나 '(기부 액수) 직접 입력' 등 두 가지로 나뉠 뿐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다.
당초 카드업계는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화면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지원금 신청 메뉴를 눌러 지원금 신청 절차를 개시해 마무리하고, 이후 기부에 뜻이 있는 고객만 별도의 기부 신청 메뉴를 눌러 기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절차를 삽입하도록 지침을 내려 현재와 같은 기부 신청 절차가 마련됐다. 정부가 지원금 기부를 늘리려고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발로 국민 100% 지급으로 전환했다.
대신 고소득자는 지원금을 반납하면 '기부'로 간주해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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