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익명검사 통했다…이태원 방문자 검사 2배 급증

입력 2020-05-12 16:10   수정 2020-05-12 16:13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검사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에 제안한 '익명검사'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하루 만에 익명검사가 6500건을 웃도는 등 '동성애 이슈' 등으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클럽 방문자들을 배려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울 거주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접촉자 7272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익명검사를 시행하기 전인 10일엔 3496건이던 진단검사 건수가 익명검사가 시행된 11일 6544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신속한 검사를 위해 신상정보 공개 없이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익명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검사는 본인이 원하면 이름을 적지 않아도 되고 보건소별로 번호만 부여해 전화번호만 확인한다. 주소와 전화번호만 확인하는 방식이다. 검사로 신분 노출이 되는 일을 막아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박 시장은 1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익명검사가 자발적인 검사를 이끌어내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4월24일부터 5월6일 사이에 이태원 클럽 인근에 계셨던 분들은 신변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조속히 자발적인 검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증가에 따라 병상 준비도 하고 있다"며 "현재 1189개 병상 중 202개를 사용 중이고 잔여 병상은 987개"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익명검사가 실효성을 거두자 정부도 익명검사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의 신변노출 우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현재 검토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이태원 클럽 사례도 보다시피 명부 작성이 좀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며 "저희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명부작성과 관련된 실명기재에 대한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방역총괄반장은 "서울시가 했던 익명검사 부분들을 다른 지자체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같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이날 오후 2시10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는 것, 진단을 받도록 하는 것,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조 아래 (익명검사를 위한)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일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한편 서울시는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의 다른 유명 대형 클럽인 '메이드'와 관련해서도 다른 클럽들에 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기존에 이미 다른 클럽에 대해 했던 것처럼 꼭 같이 역학조사를 할 것이고, 특히 다녀간 사람들 명단도 확보하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 검사를 받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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