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들고 몰리는 손님들…'표정 관리' 나선 골프업계

입력 2020-05-14 09:52   수정 2020-05-14 10: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최근 풀렸다. 사용 가능한 곳에 돈이 쏠리고 있는데, 골프 산업도 그 중 하나다. 지원금이 풀린 지난 13일 6곳의 골프용품 및 의류 브랜드들에게 문의한 결과 관계자들은 "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 확인 전화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문의한 고객들에게만 지원금을 가맹점이나 서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업계는 예상치 못한 '지원금 특수'에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골프=사치'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간 '총알 받이'가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며 표정관리 중이다.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다른 업종은 손님 모시기에 바쁜 것과 대조적이다. 사정이 어려운 지역 내 소비 진작, 골목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 때문에 대기업 운영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에선 사용이 자제된다. 하지만 피부과나 한의원 등 의료 업계, 지원금 소비가 몰린 편의점 등은 정부가 특별히 사용제한을 두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문구를 붙이며 홍보에 열심이다.

골프 의류를 살 때 지원금을 이른바 '온라인몰'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가맹점(개인 점주)이나 본사가 있는 광역 지자체에선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한 클럽 브랜드 관계자는 "의류는 물론 직영점만 아니면 골프 클럽도 살 수 있다"고 했다. 지원금 포인트가 있는 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가 우선적으로 차감되는 식이다. 대부분의 골프 회사는 본사가 서울에 있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골프옷을 구매했다는 한 골퍼는 "평소에 마음에 들었지만 제 돈 주고 사기엔 아까웠던 옷을 마련했다"며 "선물 받은 상품권을 사용한 느낌"이라고 했다.

가맹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A골프 브랜드 임원은 "골프 의류에 대한 인식 때문에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대놓고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점주들이 직접 매장에 써 붙이는 것까진 굳이 막지 않고 있다. 이번 지원금을 통해 오프라인 마켓이 생기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B 브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금과 관련해 자사에선 어떠한 홍보 활동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했다.

골프 기업 중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곳은 까스텔바작이 유일하다. 까스텔바작은 전국 매장 180여곳 중 80%가 가맹점이다. 매장 점주들은 정부의 지원금 마련 취지와 맞아 떨어지는 소상공인에 해당된다. 거의 모든 매장에서 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셈이다. 까스텔바작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바우처를 만들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까스텔바작 관계자는 "매장이 더욱 활기를 띠어 침체됐던 내수 경기 진작에도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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