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우리에겐 안전뿐만 아니라 희망도 필요하다

입력 2020-05-14 15:17   수정 2020-05-14 15:19


미국 실업자 수는 현재 3340만 명 이상이다. 급여 분석 회사인 ADP는 지난달 민간 부문에서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항공 여행 숙박은 물론 모든 부문의 실적을 들여다보는 게 두려울 정도다. 금세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경제는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제2, 제3의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은 한 번만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바이러스만큼이나 파괴적이다. 실직과 소득 감소, 기회 상실,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불안, 자살, 가정불화 등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세대 간 불평등이란 끔찍한 감정의 골이 생길 것이다. 우리 세대(장년층)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세대도 멈춰 서 있다.

가슴 통증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 환자들도 응급실을 피하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홍역이나 뇌수막염 예방 접종을 미루고 있다. 정신질환 환자의 증상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뉴욕의 한 병원 의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제적인 재앙을 과거와 다른 방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몰고 올 파급을 예단하고, 경제가 다시 자생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최근 두 명의 현자(賢者)에게서 귀띔받은 두 가지 관점이 떠오른다. 우선 기업인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게 첫 번째다. 전염병과의 싸움이라고 해서 의사와 과학자에게만 의존해선 안 된다. 기업인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는 굴복의 표시”라고 주장하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마스크 착용은 존경과 책임감, 격려의 표현이다. 마스크를 쓰는 건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의미다.

두 명의 현자 중 첫 번째는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이다. 그는 “코로나19는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슐츠 전 장관은 “정부가 충분한 돈을 갖고 있고 현재 위기를 모두 해소해 줄 것이란 (헛된) 기대를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힘이 없다.

희망은 어디에 있나. 우리에겐 민간 영역이 있다. 항상 엄청난 에너지와 독창성, 참신한 사고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기업들은 수익성을 어떻게 높일지, 그러기 위해선 공급망과 직원 건강, 고객 안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일하세요(Do your job)”라고 말만 하면 된다. 특유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제 재건에 나설 것이다.

두 번째 현자는 케네스 랭곤 홈디포 설립자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뉴욕대 랭곤 메디컬센터를 기증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야말로 경제를 회생시킬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영업을 재개하지 않는 건 아예 폐쇄하는 것보다 더 큰 위협”이라며 “안전이냐 경제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재개하려면 일단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여기에 기여할 방법은 적지 않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랭곤은 “이런 일상조차 무신경하다면 진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랭곤은 지난 주말 뉴욕 홈디포 매장을 찾았다. 모두가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각자 6피트(약 1.8m)의 거리를 유지한 채 조금 소리를 높여 얘기했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겠지만 우린 결국 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며 “자본주의가 우리를 이런 난장판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큰 틀에서 비즈니스 사고 방식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과거 대비 절반의 고객밖에 받을 수 없는 식당이라면 음식값을 올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당장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건물주가 식당 임대료를 낮추고, 건물주에게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는 건물주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차례로 적응하는 게 좋다.

우리 국민에겐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패배주의에 빠지게 놔둬선 안 된다. 긴 여정의 다음 기착지엔 비옥한 대지가 있다고 믿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희망을 먹고 산다.

원제=Americans Need Hope as Well as Safety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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