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발포제 국내 1위 금양, 털어내지 못한 '아이러브스쿨 악몽'

입력 2020-05-14 15:37   수정 2020-05-14 15:39

≪이 기사는 05월13일(11: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발포제 제조업체 금양의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탄탄한 사업 기반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 악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동문 찾아주기 사이트'로 유명했던 아이러브스쿨 관련 대여금 소송도 금양의 신용도를 옥죄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양은 10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7~2018년 2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발포제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금양의 발포제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이어져 발포제 부문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매출 감소는 고정비 부담을 확대시켜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1955년 국내 최초 사카린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1970년대부터 발포제 제조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류광지 금양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전체 지분의 48.4%를 갖고 있다. 금양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발포제에서 나오고 있다. 발포제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에 첨가돼 기포층을 형성시키는 첨가제다.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산업을 전방산업으로 하고 있다. 수요 기반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다만 범용제품은 중국산 제품과 경쟁 강도가 세다. 비범용 제품은 한국, 유럽, 일본산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금양은 적극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업 환경이 침체된 상황에서 계속되는 신규투자는 금양의 재무부담을 늘리고 있다. 금양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중국 자회사와 국내 본사의 설비 증설을 단행했다. 신규 사업 투자도 결정했다.

자본적지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다 보니 금양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과 설비투자액, 영업비용 등을 빼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어떤 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금양의 잉여현금흐름은 2018년 147억원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다시 -107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의 장부가액(지난해 말 기준)이 454억원 정도인데 담보설정금액은 395억원에 달해 유형자산의 담보활용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기에 아이러브스쿨 대여금 소송 관련 366억원의 손해배상충당부채도 부담 요인이다. 금양은 해당 소송 관련 대법원에 상고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소송 결과에 따라 금양의 소송 관련 지급부담이 바뀔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이미 설정된 손해배상충당부채로 인해 중단기 손익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라면서도 "실질적인 현금 유출은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금양의 매출과 영업현금흐름 축소 폭을 살핀 뒤 신용등급에 최종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으로 BB+를 부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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