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무정보·성장률 등 '지루한 수치'가 값진 투자정보

입력 2020-05-14 18:16   수정 2020-05-15 02:30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동학개미운동’과 같은 새로운 신조어도 나왔다. 그런데 명확한 원칙을 갖고 ‘투자’하기보다 비합리적으로 ‘투기’를 하는 사람도 꽤 많다.

《빅 머니 씽크 스몰:편견과 무지를 극복하는 단단한 투자의 원칙》은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가치투자 펀드 ‘피델리티 저가주 펀드(피드로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조엘 틸링해스트다. 이 펀드는 1989년에 조성됐으며, 36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먼저 투자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을 지적하며 책을 시작한다. “투자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합리적으로 투자해 자금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가가 치솟을 종목을 맞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실패할 것이 분명한 선택지를 피하는 것은 꽤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하방’을 잘 다져 놓아야 한다. 다음엔 좋은 종목을 골라 저렴하게 사면 된다. 그렇다면 좋은 종목은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틸링해스트는 “작게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거시경제의 변화를 예측하며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다. 거시경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의 기초를 이루는 거시경제 정책과 시장 행위자들의 행동은 예측하기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명확한 근거가 될 만한 데이터도 거의 없거나 구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크게 생각하며 주식 투자를 하는 일은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너무나 힘든 작업”이라고 말한다.

기업이나 시장의 변화에 대한 요란한 뉴스에도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보통 이런 기업이나 시장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쥐었다고 생각할 때,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틸링해스트는 “훨씬 장기적이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야말로 값진 정보”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진의 과거 현금 흐름 사용 방식과 같은 재무 관련 정보나 성장률, 주가수익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정보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정보만 챙겨도 겉면이 화려해 보이는 기업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남들은 주목하지 않아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찾아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틸링해스트는 “기업을 알고자 할 때는 자신이 ‘잠재 고객’이 됐다고 가정하라”고 말한다. 그 기업이 고객에게 내보내는 메시지,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전략 변화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곤 한다.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의 전략은 상황에 따라 자주 변하지만 근본이 되는 기업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는다. 기업의 캐릭터를 모른다면 그 기업을 아는 것이 아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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